언론노조가 진짜 파업을 하려는가 보다. 우리 회사 온·오프라인 게시판과 계단 벽에도 파업찬반투표 공고와 포스터, 위원장 담화문, 파업 의제 등이 나붙었다.

지난 13일 우리 회사 강당에서 열린 경남 블로그 강좌에 참석한 사람들이 그런 게시물을 보고 물었다.

"언론노조 파업 진짜 할 건가요?"


"예, 이번엔 무늬만 파업이 아니라 진짜 타격을 주는 파업을 한다더군요."


"그런데 조·중·동 노조는 안 할 거잖아요."


"그건 그렇죠. 신문으로 보면 경향·한겨레, 그리고 경남도민일보 쯤이 되겠죠."


"그러면 오히려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이 좋아할 파업 아닌가요?"


"……."


정색을 하고 나눈 대화는 아니었지만, 나는 이 얘기 속에 언론파업의 본질적인 딜레마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언론노조가 파업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 회사 계단 벽면에 붙어 있는 파업찬반투표 공고와 포스터, 담화문.


물론 지금 이명박 정권이 착착 진행하고 있는 방송장악 시나리오와 조·중·동 외 모든 신문 죽이기 정책(나는 이걸 '제2의 언론통폐합'이라 부르고 싶다.)을 보면 파업이 아니라 언론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켜도 시원찮을 판이다.

하지만, 싸움이란 승산이 있을 때 붙어야 하는 것이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진짜 타격을 주는 파업을 하겠다"고 말했다지만, 파업으로 타격을 입을 상대가 과연 누구일지 따져봐야 한다.


방송이 파행을 빚고, 경향·한겨레나 경남도민일보 같은 신문이 단 며칠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물론 '오죽했으면 신문·방송사 종사자들이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국민들의 관심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효과 정도는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장 '타격'을 입을 상대는 신문제작이 중단된 해당 신문사다. 그야말로 '자해 파업'이다.

파업하면 진짜 언론장악 막을 수 있나

파업에 들어가지 않은 조·중·동과 여타 신문들은 쾌재를 부르며 언론노조 파업의 불법성을 부각하고, 의미를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 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를 보면 이명박 정권 역시 전혀 당황하지 않을 게 뻔하다. '좌파 언론인들의 준동' 운운하며 느긋하게 조·중·동과 찹떡궁합 여론전을 펼칠 것이다.


파업의제는 충분하다. 그러나 그럴만한 준비나 역량이 되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뿐만 아니다. 실제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신문·방송사가 얼마나 될지도 불투명하다. 물론 YTN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는 정말로 방송이 파행을 빚고 신문제작이 중단될만한 파업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내가 속해있는 경남도민일보도 마찬가지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 조합원들은 그동안 여러 번 파업찬반투표에 대한 학습이 되어 있다. 파업이 가결됐으나 실제 파업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더구나 본조 차원의 결정에 따라 총파업 내지는 연대파업의 경험도 전무하다. 언론노조뿐 아니다. 그동안 민주노총도 총파업 가결해놓고 나중에 지리멸렬하게 된 경우가 오죽 많았나.


그래서 파업찬반투표 공고가 붙어도 하나같이 무덤덤하다. 투표에서 가결되어도 실제 파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 자체를 '뻥' 한 번 쳐보려는 행위로 인식한다.


또한 실제 파업에 들어간다고 해서 그게 정권에 얼마나 타격을 줄 것인지, 파업의 효과에 대한 믿음도 없다. 승산은 더더욱 없다. 심지어 그런 데 대한 관심도, 토론도 없다. 이런 상황인데 제대로 파업이 되긴 하겠는가.


위원장은 오직 파업투쟁으로 막아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파업하면 과연 막을 수 있을까.


물론 투표를 하면 가결은 될 것이다. 그 찬성률만 믿고 실제 파업에 돌입할 태세와 역량이 됐다고 믿으면 오산이다. 그렇게 하여 또다시 가결만 해놓고 간부들끼리 모여 집회 한 번 하는 걸로 갈음한다면 다시 한 번 언론노조가 종이호랑이라는 걸 만천하에 보여주는 결과가 될 것이고, 조합원들에게는 또 한번의 학습효과를 심어주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제안한다.


예정된 찬반투표 날짜를 좀 연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파업의 구체적인 방식과 그걸로 얻어낼 성과와 승산에 대해 치열한 끝장토론을 벌이자는 것이다. 1박2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정밀한 몇 가지 방식을 놓고 밤샘토론을 하자. 또 그 결과를 놓고 지역별, 지부별로 전체 조합원 토론회를 하자.


그 결과 정말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나온다면 그땐 목숨 걸고 밀어부쳐 보자.

예를 들어 전국의 모든 지부별로 이명박 정권의 '제2의 언론통폐합' 음모를 까발리는 노보를 각 신문부수만큼 제작하여 본지에 삽지 배달하는 투쟁을 벌인다든지, 그와 병행하여 전 지부 간부와 조합원들이 매일 100명씩 YTN에 모여 1박2일씩 릴레이 철야농성을 한 달간 계속한다든지 하는 보다 현실적인 투쟁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내가 볼 땐 그게 훨씬 정권에 타격을 줄 것 같다.


그런 토론이나 노력조차 해보지 않은 채 이번에도 '뻥'만 치는 언론노조임이 확인된다면, 나는 미련없이 언론노조 조합원에서 탈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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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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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비단안개 2008.10.20 1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이 기사를 많은 언론인들이 읽어주면 좋겠네요.
    끝장 토론을 거쳐 릴레이 농성 등 -
    바람하는 대로 되시길 희망합니다.
    이런 일이 없으면 참 좋을텐데 - ()

  2. 2008.10.20 22: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 생각하면 파업은 죽어도 못합니다. 자해파업도 해봐야지요. 그 배짱도 없이 파업한다고 깃발 들었을까요. 선배가 노조위원장이었다면 파업 깃발을 더 높이 들었을 걸.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나요.

    어차피 갈길을 가는 겁니다.
    이기고 지고 따지면 이 땅에 파업할 수 있는데가 어디 있습니까. 계산도 필요합니다만.
    이긴다고 보고 초인적인 단식을 했을까요.
    누가 봐준다고 단식을 하고 파업을 했을까요.

    저는 이래 생각합니다.
    이번 파업은 내 안을, 우리 내부를 쳐다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3. 불닭 2008.10.21 08: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방법을 찾는것도 좋을거 같아요

  4. 김대하 2008.10.21 23: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총력투쟁''총파업'총단결'
    '총'자란 말은 쓴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우리는 '총'자란 말을 남발하기 보다는 그렇게 되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데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모름지기 장수는 승리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움을 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정도 잘 모르면서 한마디 걸쳐 봤습니다.

  5. 2008.10.22 1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2008.10.22 1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