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10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전국언론노동조합 신문통신협의회 대표자 회의가 있었습니다. 저도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인지라 가서 말석에 끼였습니다.

공식 회의를 마치고 뒤풀이를 했습니다. 지역신문협회 사무국장까지 겸하고 있는 저는 이에 앞서 지역신문협회 정책위원회 회의까지 치러야 했습니다. 조금 힘이 들더군요.

아시는 대로, 지금 신문은 하나 같이 어렵습니다. 또 조중동의 불법 경품을 통한 독자 매수 때문에도 다 같이 버거워합니다. 그래서 동병상련(同病相憐)도 깊습니다.

뒤풀이 자리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폭탄주가 돌았습니다. 맥주잔에 소주를 조금 부어 넣고 맥주를 5분의3쯤 채우는 식입니다. 노동자의 술입니다.

어떤 이는 사치스레 여기기도 하는데 언론노조 신학림 전 위원장은 영어로 boilermaker라고, 영국 탄광 노동자들이 빨리 취해 자기 위해 마신 술이라고 알려 줬습니다. 위스키+맥주입니다.

서울신문 후배인 김성수

서울신문지부 김성수 지부장이 폭탄사(辭)를 했습니다. 10년도 넘게 전에 지금 민주노동당 소속인 권영길 국회의원이 서울신문 소속으로 있던 시절입니다. 나중에 김 지부장 약력을 살펴봤더니 1985년 서울신문에 들어갔더군요.

노조운동을 하느라 수배 당해 쫓겨 다니던 권 의원을 김 지부장이 만난 적이 있답니다. 술을 한 잔 같이 나누다 궁금해 물었답니다. “뭣 때문에 그리 힘들게 수배까지 당해 가면서 사시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김 지부장은 그러면서 “권 의원이 그 때는 무슨 노동 의식이 투철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했습니다. 이어서 “권 의원은 ‘노조를 하면서 사람을 만났고, 그런 사람 때문에 노조를 계속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였습니다.

서울신문 선배인 권영길

당시 권 의원은 언론노조연맹 출신 노조운동 지도자로서 사무직과 생산직, 대규모와 중소규모를 아우름으로써 민주노총 창립의 바탕을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었을 텝니다.

김 지부장은 여기서 선한 웃음을 머금더니, “단병호, 무슨 이런 사람들을 만났는데, 이게 무식하기만 하고 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 진정이 있더라는 얘기였습니다.”라 했습니다. 권영길이 만난 사람이 단병호 하나만은 아니겠지만, 뭉뚱그려 이리 말했겠지요.

어쨌거나, 간난신고를 무릅쓰고 주어진 제 할 일을 하게 하는 힘이 바로 사람이라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을 믿지 않고, 나아가 사람을 믿으면 꼭 그만큼 속거나 다친다고 아는 사람입니다만, 그 순간만큼은 사람을 믿고 싶어졌습니다.

10년 세월을 넘어, 멀리 떨어져 가물거리던 기억 속에서, 사람에 대한 믿음을 길어 올린 김 지부장이 갑자기 까닭도 없이 고마워졌습니다. 제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김 지부장은 이미 다른 쪽으로 얘기를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 앞에 놓인 폭탄주를 남김없이 마셨습니다. 그런 사람을 하나 가슴에 담고 사는 김 지부장이 부러워졌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떠신지요. 제게는 없습니다만, 당신에게는 이런 사람이 하나 정도는 있으시겠지요?

김훤주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시/에세이/기행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상세보기

곶자왈 아이들과 머털도사
카테고리 아동
지은이 문용포와 곶자왈 작은학교 아이? (소나무, 2008년)
상세보기

신고
글쓴이 : 김훤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08.10.31 14: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훤주 2008.10.31 15: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죄송합니다. 하하. 용서하시기를. 잘 안 쓰이는 표현을 한 번 가져와 봤습니다. 텝니다=터+입니다. 터 : ‘예정’이나 ‘추측’, ‘의지’를 나타내는 말.

  2. 실비단안개 2008.10.31 14: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 사람을 믿으면 꼭 그만큼 속거나 다친다 .. 에 동감합니다.
    사람을 참 쉽게 믿는 데요, 그만큼 다치고 아팠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쉬이 믿으며 또 상처 받을거구요.

    믿어야 하니까, 사람이니까 -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가 한 말도 돌아서면 잊고 상대에게 주는 상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따라서는 뒤집어 씌우기까지 하더군요.

    그래도 믿고 싶고, 그런 사람 하나쯤 가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은 - 당분간은 공백기입니다. 그냥 삽니다.^^

  3. 닭장군 2008.10.31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없네요. 지역의 특성인지, 사람들은 절 이해하지 못합니다. 흔히 하는 말로 관용(?)이 부족한건지.. 그러다 보니 마음붙일 사람이 없습니다. ㅡ.ㅡ.

  4. 모과 2008.10.31 20: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은 믿으면 꼭 신뢰를 지킨다를 믿고 삽니다.
    그리고 인복이 많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실제 그렇습니다.
    진정으로 신뢰를 주고 받지 않아서 실망했겠지요.
    실제로 제 대학 동창들은 졸업후 34년이나 보지 못한 저를 위해서 동기모임에 가서 제아들을 위해서 [신용카드]를 많이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후 저는 전화로도 인사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한친구에게만 했지요.
    30년동안 못 만난 친구인 제가 사업이 힘들 때 고등학교 동창 둘이서 600만원을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서울 가까이 이사 가니 만나서 고맙다고 해야겠습니다.
    단 블러그 안의 친구는 블러그에서만 만납니다.
    제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그게 좋을 것같습니다.
    글하나 읽고 존경이라는 말도 서슴없이하고 글하나 읽고 실망했다고 하고......블러그는 있는 그대로 바라 볼 뿐입니다.
    조회수와 인격은 비례하지 않는 다고 생각합니다.

  5. ㅇㅇ 2008.11.01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권영길 자식들은 미국에서 공부 잘하고 있나?
    강기갑 아저씨는 프라자호텔에서 박정희대통령이 즐겨하던
    시바스리갈 마셨다는데 ㅋㅋㅋ
    한쪽으론 까고 한쪽으론 닮고 싶었나??
    소맥은 노동자의 술 시바스는 농민의 술이다

    입으로는 노동자 농민 잘도 팔면서 하는 짓 보면 ㅋㅋㅋ
    노동자 농민 좀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어라 위선자넘들

    • 김훤주 2008.11.01 13: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권영길 얘기하는데 그 자식은 왜 끌어들이시나요? 저는 그 자식이 어디서 무엇 하는지 관심이 없거든요. 실제로 모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런 연좌제스런 의식을 계속 소지하시려나요? 만약 제가, 박정희 얘기를 하는 데 가서, 박정희 아들 자식은 여전히 마약하는 모양이지 이러면 좋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