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매체들은 비수도권을 푸대접합니다

서울에서 나오는 신문과 방송들의 비수도권에 대한 푸대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신문과 방송의 구조가 그렇게 서울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서울에 본사가 있는 신문들은 광역자치단체(서울은 빼고)마다 한 명만 주재 기자를 둡니다. 어쩌다 두 명을 두는 데도 있지만 그야말로 예외입니다. 지면도 그 많은 가운데 지역판은 경남·부산·울산을 통째로 묶어 한 면밖에 안 만듭니다.

방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방송사에서 만든 프로그램은 쥐꼬리만큼 나옵니다. 뉴스도 마찬가지 서울발(發)로 다 한 다음에, 지역은 5분이나 되려나 갖다 붙입니다. 예산도 인력도 당연히 그만큼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비수도권 사람들도 자기 지역 소식을 보고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역신문이 제대로 자라나지 못한 현실에서 수도권 매체들의 박대까지 겹쳐, 지역의 권리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체 비평 전문 매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적어도 '매체 비평'을 주된 임무로 삼는 <미디어스>나 <미디어오늘>이라면, 수도권 신문.방송들이 비수도권을 박대하는 사실이나 지역신문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현실에 대해 나름대로 의식을 갖고 비판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95년 창간된 <미디어오늘>은 물론이고 지난해 등장한 <미디어스>도 이를 두고 조금이나마 생각해 봤는지 크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지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일간지나 지상파 방송이랑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미디어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경남'을 갖고 검색을 해 봤습니다. 매체(media) 관련해서는 고작 두 개밖에 뜨지 않았습니다. 하나는 우리 경남도민일보 신임 편집국장에 김병태 당시 편집부국장이 선임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남·울산기자협회가 제16회 경남·울산기자상 수상자를 발표했다는 내용입니다.(제가 서툴러서 경남 관련 보도를 몇몇 빠뜨렸다 해도 본질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디어오늘>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같은 '경남'으로 검색했더니 딱 일곱 개가 올라왔습니다. '경남'만 이렇게 적나 싶어서, '광주' 또는 '전남'으로 한 번 더 검색해 봤는데 결과는 비슷한 아홉 개였습니다.

지역분권과 양극화 해소는 언론의 구실이 아닌가요

<미디어오늘>의 올 1월 '신년사' 보도는 충격적이었습니다.(지난해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연합뉴스, EBS, YTN, OBS, 매일경제, 한국경제, 조선일보, 세계일보, 동아일보, CBS,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 KBS, SBS, 하다못해 한국케이블TV협회의 신년사는 실으면서도 비수도권 매체들 신년사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미디어오늘>의 신년사 자체도 '신년사 보도'만큼이나 놀라웠습니다. 제목은 그럴 듯하게 "언론은 항상 제 구실에 충실해야 한다"고 달았는데, 그 '언론'이 비수도권에는 없고 수도권에만 있는 양 여기는 바람에 그냥 하나마나 한 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디어오늘> 신년사는 '파수견 역할(watchdog role)'을 먼저 힘주어 말했습니다.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자본으로부터 독립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수도권에 사는 중산층이 보기에는 하나도 틀리지 않는 말입니다. 모자라지도 않아서 더할 구석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비수도권에 사는 제 눈에는 무엇이 빠졌는지 보입니다. 소외와 차별로 메말라가는 비수도권을 되살리는 지역분권(지방자치)이 없습니다. 소외와 차별로 쓰러져 가는 사회 약자를 위하는 양극화 해소가 없습니다.

반나절의 절반이라도 비수도권 생각을

이렇게 얘기 드리면 뭐라고 대답하실는지요? "인력과 돈이 모자라서 그렇다"고는 하시지 않겠지요. 그것은 <미디어오늘>이나 <미디어스>가 주된 임무로 삼는 '매체 비평' 대상(=서울지역 신문·방송)들의 입에 발린 소리니까요. "비수도권 기사는 사람들이 안 읽고 안 보기 때문"이라고도 하시면 안 됩니다. 마찬가지 수도권 매체들의 뻔한 변명이니까요.

기사를 쓰는 기자와 편집.취재 시스템을 움직이는 간부들이 모두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 그렇다고 하시면 조금은 이해가 되겠습니다. 그러시다면, 기자와 간부들 가운데 일부를 비수도권에서 사는 사람들로 채우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에도 신문·방송이 있고 또 사람도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 가운데 반나절의 절반이라도 새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한나절은 하루 낮의 절반이고요, 반나절은 그 한나절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미디어스>에 실린 글입니다.

신고
글쓴이 : 김훤주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