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기자와 사원들을 대상으로 광고마케팅 강의를 하던 강사가 갑자기 받아 적을 것을 요구했다. 지역언론 브랜딩을 위한 10가지 패러다임을 불러주겠다는 것이었다.

모두들 필기구를 꺼내 적기 시작했다.

1. 세계화된 시대이므로 지역언론도 세계를 보아야 한다.
2. 지역언론은 지역경제 중심의 기사를 다루어야 한다.
3. 지역언론은 특별한 뉴스가치가 생기면 보도해야 한다.
4. 지역언론 브랜드로서 전국적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5. 지역언론 브랜드의 이미지 메이킹을 활성화해야 한다.
6. 지역언론도 인터넷 매체를 사용하여 정보제공을 해야 한다.
7. 지역언론은 고객리스트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8. 지역언론의 광고 수주를 위해 오더 테이킹을 해야 한다.
9. 지역광고를 단기간 집중적으로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10. 지역언론이 성장하려면 홍보를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받아 적으면서 생각했다. "이거 뭐야, 이렇게 밋밋한 이야기를 하러 온 거야?"

강사는 10가지를 모두 불러준 후, 이렇게 말했다.

"제가 지금까지 말씀 드린 것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들입니다."

그는 10가지를 각각 다르게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1. 다양화된 세계이므로 지역언론은 지역을 품어야 한다 : 세계화는 강자의 논리다. 지역화는 다양화의 논리다.

2. 지역언론은 지역 생태 관점의 기사도 다루어야 한다 : 람사르총회 뉴스만 보도할 게 아니라, 평소에 매일 1개 면씩 생태면을 만들어야 한다.

3. 지역언론은 생생한 이야기(뉴스가 아니라) 가치를 찾아서 보도해야 한다. 뉴스가치가 아니라 이야기 가치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4. 지역언론은 전국적 인지도가 아닌, 지역적 평판도를 가져야 한다.

5. 지역언론은 이미지 메이킹이 아닌 밸류 빌딩을 충실화해야 한다.

6. 지역언론은 인터넷에 종이신문의 뉴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이용자들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7. 고객 리스트만 많이 가져선 필요가 없다.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만들어 가져야 한다.

8. 광고 수주를 위한 오더 테이킹보다, 영업, 즉 사람을 다스리는 오더 빌딩을 해야 한다.

9. 광고는 단기간 집중적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10. 홍보를 전략적으로 할 게 아니라, 순리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서야 한 장짜리 유인물을 나눠줬다. 거기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전 이번에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통념적 지식이 아니라 '좋은 친구가 되어라'처럼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지역언론의 브랜드 경영'에 대해 이론적으로나 지식적으로나 정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지식은 책을 읽으면 대개 훤히 알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실무적으로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사고적으로 이야기하였지요. 애당초 교육의 목적이 지식의 전달보다는 사고의 전환이라 생각하고 딱 한 시간의 교육내용을 원점에서 기획하였습니다.

(...)

여러분 모두 지식의 수용보다 사고의 전환이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한 시간 만남의 짧은 인연을 귀하게 생각하겠습니다.

2008. 11. 3
박 기 철"

썩 재미가 있거나 역동적인 강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동안 박혀 있던 통념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강의였다고 생각한다. 이날 강의는 경남도민일보의 사원월례회 자리에서 한 시간동안 진행됐다.

그의 말에서 지역언론은 '뉴스'가 아니라 '이야기'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말에 특히 공감한다. 또한 '지역'언론은 역시 '지역'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에도 깊이 공감한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서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다. 하지만 그는 이 말에 얍삽한 천박성과 속물적인 이기주의 근성이 짙게 배어 있다고 한다. 또 오로지 나의 이익에만 맞는 친구를 사귀라는 배타적인 생각이 깔려 있으며, 무조건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로 나누는 단순무식한 흑백논리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말은 "좋은 친구가 되어라"로 바뀌어야 하며, 그래야만 나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낮은 마음으로 나를 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강의를 했던 박기철은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다. 그는 패러다임 사고학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사진을 찍지 못했다. 경성대 홈페이지에서 그의 사진을 따왔다.

패러다임 사고학 - 8점
박기철 지음/연세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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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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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류창현 2008.11.04 1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참 머리 한구석을 코~옥 찌르는 말이네요 좋은친구되기... 쉽지 않은데;;

  2. 김훤주 2008.11.04 2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제 쓰려고 했던 얘기인데, 먼저 써 주셨네요. 고맙슴돠.

  3. 실비단안개 2008.11.04 2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좋은 친구가 되어라에 동감합니다.

  4. 정해찬 2008.11.04 2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야기'라는 의미가 단순한 사건 전달이 아닌 지역 사회에 화제를 제시하라는 뜻인듯 합니다만...맞나?? 생각해보면 한국의 신문은 세상을 논쟁적으로 만드는데는 참 서투르다고 느껴집니다. 가치있는 기사란 사건의 '홍보'가 아니 사건의 '논쟁'을 이뤄내는 기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게 신문이 독자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길이기도 하겠지요.

    • 김주완 2008.11.05 1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그런 뜻인 것 같습니다. 공식적인 큰 뉴스가 아니라, 평범한 작은 일에서 사회적 의미를 뽑아내라는 뜻도 포함돼 있는 듯 합니다.

  5. Libertas 2008.11.04 23: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좋은 친구를 사귀어라 할 때의 '좋은 친구'를 그저 집안이 좋거나 공부를 잘 하거나 하는 친구만을 떠올리고 이기적이라고 하신 건 아닌지요. '좋은 친구'라는 말 대신 '본받을 만한 친구'를 넣어 보면 어떨까요. 집안이 좋지 않더라도 뭐든지 열심히 하는 친구라면 그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본받으면 될 것이니 '좋은 친구'가 될 것이고 공부를 잘 못하더라도 친구를 진정으로 아끼고 배려하는 친구라면 그의 아끼고 배려하는 모습을 본받으면 될 것이니 '좋은 친구'겠지요. '좋은 친구', 즉 '본받을 만한 친구, 스승이 될만한 친구'를 사귀라는 말은 천박한 말도 아니고 속물적인 말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친구'라는 표현을 듣고 평상시 가지고 있던 선입관 탓에 본래 뜻을 떠올리지 못하는 게 문제지요.

    • 아이시데루 2008.11.05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옳으신 말씀~~ 저도 '좋은 친구'를 그런 의미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좀 당황스럽군요. '이기적'이라...
      그래서 옛말이 틀린거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

    • 김주완 2008.11.05 1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그런 뜻으로 말하고 받아들이면 괜찮을텐데,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6. 산지니북 2008.11.05 0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봤습니다. 나 자신이 '좋은 친구'인지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7. 구차니 2008.11.05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사는 상황으로서는
    좋은친구란 이용해먹기 좋고, 필요할때만 찾아도 괜찮다는 의미로 가끔은 해석을 하게 된답니다.

    좋은친구가 되어라도 좋은 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진짜친구를 사귀어라라고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진국을 말이죠.

  8. as 2008.11.05 1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다고 강간하고 다니고 약한 애들한테 강도짓하고

    그런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게 좋지도 않겠죠^^?


    이런 거 쓰는 사람일 수록 집에 가서 애들한테는 더 따지는 경우가 많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 뉴클리어 2008.11.05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방 맞은 느낌입니다. 아주 오래 전, 검사가 피의자를 구타하여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확정 판결도 나지 않은 피의자를 그리하면 되냐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분이 '그럼 법원에서 확정 판결 난 사람은 구타해도 되냐?'며 댓글을 다셨지요. 아 그때 얼마나 부끄럽던지.......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 했지 좋은 친구가 되어라고 해 본 적이 없는 부끄러운 아버지였네요. 머리가 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