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난다.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에서 각각 펴내는 시·도정 홍보지 <부산시보>와 <경남도보> 이야기다.

지난 5일자로 발행·배포된 <경남도보>는 람사르총회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자화자찬과 김태호 도지사에 대한 홍보 일색이다.

반면 같은 날 발행된 <부산시보>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을 비판하는 특집 기획기사로 꾸몄다.


◇<경남도보> 김태호 도지사 사진만 7장 = 1면 헤드라인으로 '람사르총회 성공적…세계 속에 경남 우뚝'이라는 기사를 실었고, 그 아래에는 '경남환경선언 제정 선포', '이명박 대통령, 도 방문' 기사를 실었다.

헤드라인 기사 위에는 통단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김태호 도지사, 아나다 티에가 람사르 사무총장 등이 람사르총회 개막식에 참석해 앞자리에 앉아있는 사진을 컬러로 실었다.


이어 4·5·6면을 모두 람사르총회 특집으로 꾸몄고, 마지막 면인 16면 역시 람사르총회 사진 아홉 장을 컬러로 실었다. 타블로이드 16개 면에 실린 김태호 도지사의 사진은 모두 일곱 장. 이들 사진엔 모두 '김태호 도지사'라는 이름과 함께 사진 속의 위치까지 '가운데' 또는 '오른쪽서 세 번째'라고 친절한 설명을 붙였다.

5면은 김 지사가 경남환경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는 사진이고, 8면은 경남도문화상 수상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14면은 유럽연합의회 한반도 친선협회 의원 초청 투자환경설명회에서 인사말하는 모습이다. 16면에는 김 지사가 람사르총회에서 개막인사하는 장면을 가운데에 동그랗게 넣고, 그 주위로 람사르총회 사무총장과 함께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는 사진, 폐막 환송만찬장에서 와이셔츠 차림으로 난타공연을 하고 있는 사진 등이 실려 있다.

부산시보(왼쪽)와 경남도보 11월 5일자 1면.


지난 2004년 11월 경남민주언론운동연합이 <경남도보> 지면을 분석한 결과, '김태호 지사 개인의 홍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지만, 달라진 점은 없어보였다. 당시 경남민언련은 "1면에 빠짐없이 김 지사 사진과 관련 활동을 다루는 등 도보 발행의 근본 목적인 주요 시책을 도민들에게 알리기 보다 김 지사 개인을 알리는데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실제 399호~404호에는 모두 18건의 김 지사 사진이 게재됐으며, 거의 모든 글의 시작이 '김태호 경남지사는…'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경남민언련은 "9월부터 11월까지 6회 발행된 도보의 지면을 분석한 결과 도지사 사진이 매호 지면을 장식한 것은 평균 3회며, 전호에 걸쳐서 1면에 컬러로 보도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남도보> 관계자는 "이번에는 람사르총회가 국제적 행사인데다, 경남에서 치러냈다는 의의도 있고, 거기엔 우리 지사님의 노력도 컸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사진이 많이 실린 것은) 좀 봐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람사르총회 개최 이전인 지난 10월 20일자 <경남도보>에도 1면에 김태호 지사의 컬러 사진이 실려 있으며, 6면과 15면에도 역시 김 지사의 사진이 설명과 함께 실려 있었다. 2004년 경남민언련이 분석했던대로 이전호에서도 김 지사의 사진은 세 장이었던 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호되게 비판한 <부산시보> = '수도권 규제완화' 특집을 1면과 3·4면에 걸쳐 실었다. 비판 수위도 높았다. 1면 헤드라인 제목은 '수도권 규제완화 즉각 철회를'이었고, 부제로 '정부, 선 지방발전·후 수도권 규제완화 약속 외면', '부산, "이젠 지방 초토화"…온 '지방' 함께 강력대응'이라고 뽑았다.

사진은 허남식 부산시장의 얼굴 대신 부산지역 93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3일 부산시청에서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에 반발하며 연 기자회견 모습을 실었다. 사진 제목은 '부산의 분노'였다.

3면에선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명패와 함께 '수도권 빨대현상, 지방침체 불보듯'이라는 분석기사를 싣었고, '부산시의 대응방안'과 '정치권 반응', '규제완화 주요내용' 등을 실었다.

또 4면에서는 '지방 죽이는 수도권 규제완화 결사 저지'라는 제목으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사진과 함께 실었고, '지역 상공계 반응'과 '비수도권 경제 영향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이 분석기사에서 <부산시보>는 부산과 울산 경남의 고용 2만3000명과 생산 20조 원이 수도권 규제완화로 인해 증발돼 지방경제 기반이 붕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자료에 따르면 경남도 1만2917명의 고용과 11조원의 생산, 3조8000억 원의 부가가치가 피해를 본다고 전하고 있으나, <경남도보>에서 이런 내용은 볼 수 없었다.

또한 <경남도보>에 모두 일곱 장의 김태호 도지사 사진이 실린 것과 달리 <부산시보>에는 허남식 시장의 사진을 찾아볼 수 없었다. 2면에 '부산-후쿠오카 우정의 해 선언식' 단체사진 속에 흐릿하게 허 시장이 있는 듯 했으나, 사진설명으로 허 시장의 존재를 부각시키진 않았다.

부산시보에 실린 시정만평.


◇현안 인식 달라, 만화도 차이 뚜렷
= 심지어 두 신문에 실린 만평과 만화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부산시보>는 '시정만평'을 통해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을 괴물의 횡포로 묘사했으며, 이에 온 지방이 100만 명 서명운동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반대로 <경남도보>는 '백로씨'라는 4단 만화를 통해 람사르총회 성공적 개최에 기뻐하는 우포늪 철새들이 군무로 '환경경남'이라는 글자를 써보이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경남도보>에도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기사가 딱 한 건 있긴 했다. 3면 하단에 게재한 '수도권 규제완화 결사반대 결의안 채택'이라는 2단 짜리 기사에서 "도의회는 지난 24일, 최근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에 대한 반대의 의견을 담은 '수도권 규제완화 결사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고 청와대 등 중앙관계기관에 송부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경남도보> 편집실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는 경남뿐 아니라 전국의 지방이 공동대응해야 할 일인데다, 전문적 지식도 있어야 하는 것이어서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시보> 편집실 관계자는 "이번 특집 기획은 편집회의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10월 2일자 '수도권 규제 완화 본격화 비수도권 반발 거세'라는 기사에서 경남도가 이에 대해 별 반응이 없다는 점을 꼬집은 바 있다. 다른 지자체는 지역 상공회의소와 함께 규탄집회를 벌이거나 각종 시민단체가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는 것과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도 경남도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협의체에 소속돼 뜻을 같이 한다"며 "따로 대응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경남도보>와 <부산시보>의 차이도 결국 경남도의 이런 분위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글쓴이 : 김주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실비단안개 2008.11.12 2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경남도보가 '경남조선일보' 같은 느낌이군요.
    흠 - ;

  2. modern 2008.11.13 1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거야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경남이 부산보다 나으니까 그렇죠. 이름뿐인 광역시.....울산은 물론 이웃 김해, 마산, 창원한테도 밀리는데 뭐.....

  3. divorce papers 2010.08.21 0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당신의 스타일을 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