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에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바람직한 18대 총선 보도를 위한 토론회'였습니다. 2008 총선 미디어 연대가 주최하고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관했습니다.

발제는 셋이 했습니다.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김창룡 교수가 '선거방송심의 개선 방안'을, 전북민언련 박민 정책실장이 '신문 방송의 과거 선거보도 경향과 과제'를, 한서대 신문방송학과 이용성 교수가 '2008년 총선 모니터 개선 방안 모색'을 맡았습니다.

토론은 저를 비롯해 한국PD연합회 김재용 정책위원, 17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성유보 위원, 대전민언련 이기동 방송팀장, 경남대 안차수 교수까지 다섯이 나섰습니다.

아주아주 썰렁한 토론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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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장면. 왼쪽 구석에 제가 있습니다요.(출처 PD저널)

토론회는 서울 한복판 한국언론재단 건물 7층 레이첼카슨룸에서 열렸습니다. 자리는 모두 마흔이 살짝 넘을 정도는 되지 싶어보였는데, 절반도 차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가운데 너댓은 '매체 관련 보도 매체'(meta-media라고나 할까요?) 종사자로 보였습니다. 이밖에 민언련 식구도 몇몇은 있었겠지요.

이런 토론회에 와서 봐야 할, 이번 총선 보도 일선에서 뛰어다닐 기자나 PD는 방청객 가운데 거의 없는 것 같았습니다. 관련 학문 연구자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발제나 토론을 하려고 앞에 나와 앉아 있는 사람이 여덟이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이 스물이었습니다. 이 스물은, 나중에 때에 따라서는 열둘로 줄어들기까지 했습니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구 1000만이 넘는 서울에서,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모여 있다는 수도권 한복판에서 토론회를 하는데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으지 못할 수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신문방송 관련 대학만 해도 적어도 수십 개는 될 테고(소속 학생도 많겠지요?), 나름대로 저마다 이름을 뽐내는 신문사나 방송사도 꽤 많은데 말입니다. 그런 데서 한 명씩만이라도 왔더라면 토론회장이 미어터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총선미디어연대 참여 단체 57곳서 한 명씩만 왔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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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08총선미디어연대 홈페이지

조중동이 무시하는 까닭을 충분히 알겠더군요. 주최 단체인 총선미디어연대는 언론노조, 기자협회, 참여연대, 민언련, 여성민우회, 경실련, 기독교사회연구원, 민변, 전국연합 등등등 전국 57개 단체가 모여 지난 2월 26일 결성한 조직입니다. 이번 총선을 두고 매체들이 보도를 제대로 하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데 목적이 있는 한시(限時) 조직입니다.

그런데도 고작 20명밖에 참여하지 않았다니, 이러니까, 제가 조중동 같아도 '그 까짓 따위들', 하면서 아예 눈밖에 내놓고 말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유하는 말로 이르자면, '찻잔 속 태풍' 아니겠습니까? 아니, 사실로 본다면, '찻잔'도 지나치고 '태풍'도 지나칩니다. 제 느낌으로는 '소줏잔'과 '미풍'도 분에 넘칩니다.

토론회 같은 행사가 이러니 조중동도 민언련이나 총선보도감시를 물로 보고, 조중동이 물로 보니까 반대편에 있는 한경서(한겨레+경향+서울신문) 같은 매체들도 애써 다루지 않습니다.

참여하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를 보도하는 매체도 얼마 안 됩니다. 이른바 매체 관련 매체들만 토론회를 다룹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들은 이날 토론회를 전혀 의미있게 다루지 않았음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취재 당하는 처지에 서 봤다는 점은 보람

어쨌거나 취재 당하는 처지에 서 봤다는 점은 보람이었습니다. 여태까지는 기자로서 기자를 봤다면, 이날은 취재 대상으로서 기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방청석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두드리던 사람이 너댓 있었습니다. 한둘은 발제가 끝나자 바로 나가거나 자판을 그만 두드렸습니다. 나머지 몇몇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토론자로 참가한 저는, 나가는 그이들이 못내 섭섭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공부해서, 발제에는 못 미치지만 토론할 내용을 준비했고, 들을 값어치가 조금은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준비한 내용을 그이들이 듣지 않고 그냥 가는 모습에 대해, 제 처지에 선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리 여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도 물론 먼저 자리를 뜬 이들 처지를 십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저 또한 현장에 있을 때, 취재 일정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하나뿐이면 그냥 있을 때도 있었지만, 두셋 겹치면 발제 끝나지 않았을 때라도 거리낌없이 나가곤 했거든요.

게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설 때, 어떤 경우는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더 이상 들을 것이 없겠군.' 하는 표정을 은근히 지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보니 이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없을 정도입니다.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다음에 현장에 나가면, 끝까지 남아서 챙겨야겠다. 아니, 발제는 자료집에 잘 담겨 나오지만 토론 내용은 들어 있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 오히려 발제보다는 토론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꾸면 어떨까? 

어쩔 수 없어 도중에 자리를 떠야 하는 경우에는, 미안한 표정을 (일부러라도) 잔뜩 짓고 살금살금 기어서 나와야지! (제가 이날 토론한 내용은 이 글 취지와 어울리지 않아 넣지 않습니다.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 지부장)

2008/01/19 - [지역에서 본 세상] - 시민단체도 피아(彼我)식별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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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지역신문 기자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 20여 년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지역신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촌지, 살롱이 되어버린 기자실, 왜곡보도, 선거보도 등 대한민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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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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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siale 2008.03.12 2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민단체만 해도 수만가지나 있는데, 언론이 일일히 신경안써준다고 삐진건가요??

    토론의 수준이 매우 낮아서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거나~
    흥행(?) 을 고려하지 않은 토론(토론자의 인지도나 역량, 광고여부, 날짜선정여부)이었거나~

    이런데서 원인을 찾아야지
    흥행실패했다고 삐져가지고 보수언론이 시민단체 물로본다는 결론을 맘대로 내리는 건 곤란합니다~~

    • 김훤주 2008.03.12 2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보도매체가 일일이 신경 안 써준다고 삐져서 쓴 글이 아니고요, 관성에 젖어서 대충대충 행사를 치르고 마는 시민단체가 잘못했다고 꼬집어보는 글입니다요. 그리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 김주완 2008.03.13 11: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봤습니다. 시민단체, 참 큰일입니다.
    청중석 사진이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3. 정승태 2008.03.13 1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까지 올라오셔서 고생많으셨는데... 안타깝네요~

    대한민국에 조중동 비롯해 인터넷까지 수천개의 언론사가 있다고는 합니다만~

    실제로 스스로 움직이는 언론사는 드물지요~

    게다가 시민~ 어쩌구 저쩌구 들어가는 단체는 왜 그리 많은지 메일 열어보면 헷갈릴 정도지요..

    정직한18대 총선을 위해 자료 준비 많이 하셨을텐데.. 다 같이 반성 할 문제군요~

    힘 내세요. 응원해 드릴께요.

    • 김훤주 2008.03.13 12: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쓰신 글을 보니 서울(또는 수도권)에 사시는 분 같은데, 행여 경남에 사시는 분이면 우리 경남도민일보 구독 좀 해 주시지요. :-)

    • 김주완 2008.03.13 1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ㅋㅋㅋ...저 치열한 독자확보 노력.

    • 정승태 2008.03.13 16: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모 통신사에서 알량하게 뉴스날리면서 밥 빌어먹고 삽니다. 돈 안된다고 마눌은 장사하라고 난리 부루쑤입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잘 되기를 항상 빌고 있답니다.
      그래도 댁같은 분들이 그나마 계시기에 다행입니다.
      건승을 바랍니다.

    • 김훤주 2008.03.13 2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승태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런데요, ^.^ 장사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고들 그러던데요. 저도 선생님 건필을 빌겠습니다.

  4. 근데 말이죠... 2008.03.13 15: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나라에 시민단체에서 말하는 "시민"이라는 의식을 가진 계급이 있긴 한가요?

    • 김훤주 2008.03.13 16: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옳으신 지적입니다. '시민'이라는 계급은 없지요. 비(非)계급적인 개념입니다. 그렇지만, 제 글 취지하고 직접 관련은 없지만, '시민'이라는 말이 뜻하는 바가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5. 이정희 2008.03.13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Top 블로거뉴스 제일 위에 익숙한 이름 둘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들어와봤습니다..

    저야 매일 아침 신문지면상으로 보긴 하지만..
    이렇게 "전국적"인 공간에서 만나게 되니
    왠지 더 반가운 마음이 드는데요..^^

    이런 반가움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좀 촌스럽긴 하지만..
    지역에서 본 세상은 많이 다르다는 것에
    요즘 들어 정말 많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들를게요~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6. 이정희 2008.03.13 16: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맞는것 같은데요^^

    자주 들를게요^^

  7. 이윤찬 2008.03.13 2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정말 정체성이 의심이 가는 시민단체입니다. 얼마전 "방송통신위원회"법이 통과될 즈음에도 입으로만 잘못됐다 논평만 냈지 실제로 국민행동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집회에 참가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는데도 말이죠. 이런 시민단체 많습니다. 이름만 시민단체라고 명분만 포장한 곳 말이죠. 정말 시민단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서는데 어찌된게 사이비 단체만 늘어가고 있는것 같아 기분이 좀 씁쓸합니다.

    • 김훤주 2008.03.13 21: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모든 단체는 관변단체를 지향한다더니, 지난 10년 동안 지나치게 순치돼 버린 듯합니다. 안타깝습니다. 들판을 잃어버리고 우리에 갇힌, 그리고 옛날에 들판을 뛰어다녔다는 사실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짐승을 보는 듯합니다.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8. 어화 2008.03.14 16: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날 비슷한 시간에 언론계에서는 최시중 반대 집회가 대대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워낙 시급한 사안이라 날짜가 겹쳤던 것도 크게 작용했던 것은 아닐까요?
    지금 선거자체가 정부의 인사문제나 공천 등으로 묻히고 있는 가운데, 단체들이 연대하여 바람직한 선거보도를 의제화하려는 노력을 이렇게 조중동 식으로 해석하다니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그것도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 '지부장'이란 분이 말입니다. 저런 시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위에 거론하셨던 시민단체들이 부르는 토론회에는 왜 참석하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ㅋㅋ 여튼 언론노조 소속 신문사의 지부장이나 되시는 분이 이렇게 얕고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계신 것에 많이 놀랐습니다...

    • 김훤주 2008.03.15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의견 주셔서 고맙고, 기대에 미치지 못해 미안합니다.

      최시중 반대 집회와 겹친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결정적이지는 않다고 저는 봅니다. 100명 200명 같은 큰 단위가 아니라, 20명 30명 정도 작은 단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또 참여 대상이, 제 생각에는, 많은 부분에서 다릅니다. 토론회에는 총선미디어연대 소속 단체의 전부, 관련 전공 학생, 총선 보도 관련 기자들이 참여해야 맞습니다. 집회에는 총선미디어연대 소속 단체의 일부, 언론노조 조합원(특히 방송 쪽)이 가야 맞습니다. 그러니 크게 겹치지는 않습니다.

      제 말씀의 요지는, 기본을 다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관성에 따라 그냥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참가 대상자들을 파악하고 조직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데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제가 참석한 까닭은 간단합니다. 일부러 비틀어버리겠다는 자리가 아닌 이상, 주체가 누구든(그것이 자유총연맹이 됐든 한나라당이 됐든) 부르면 당연히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큽니다. 피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그냥 입만 아프고 말지라도, 자리가 마련되면 저와 우리 조직이 생각하는 바와 겪은 바와 느낀 바를 열심히 떠들어대야 옳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글을 이해하고 해독하기 위해 최대한 애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