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린 시절에 그것이 제일 궁금했습니다. <어깨동무> 같은 어린이 잡지에 심심하면 실렸던 내용입니다. 그러나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습니다.

“뉴튼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여러분도 무엇이든 예사로 여기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면 훌륭한 발견을 할 수 있다.” 만유인력은, 지구 중심에서 물질을 끌어당기는 힘이지요.

제 생각은 이랬습니다. 만유인력이 있든 없든 사과 열매가 가지에서 분리되면 하늘로 치솟지 않고 당연히 아래로 떨어지지. 그런데도 어떻게 그것만으로 만유인력이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되지?

저는 이런 궁금증을 풀지 못한 채로 10대와 20대를 지났습니다. 선배들이나 어른들에게 물었으나 그리 당연한 것을 왜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타박만 듣기 일쑤였습니다.

30대에 들어서고 4년쯤 지난 96년 어름에 ‘드디어’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해답은 바로 뉴튼이 눈앞만이 아니라 멀리 지구 반대편 사과까지 봤다는 데 있었습니다.

영국에 있던 뉴튼은 눈앞 나무에서 사과가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을 봤습니다. 그러면서 뉴튼은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쯤에 있는 사과나무도 아마 틀림없이 떠올렸을 것입니다.

이런 정황은 '어린왕자'가 한 때 살았던 소행성 B612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영국 사과가 아래로 내려간다면, 반대편 아르헨티나 사과는 반대로 위로 올라붙습니다. 또 적도에 있는 야자들은, 위도 아래도 아닌 옆으로 달라붙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만, ‘모든 물건은 아래로 떨어진다.’는 만고불변 진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단순히 낙하(落下)한 것이 아니고, 지구 중심으로 끌려간 것일 뿐입니다.

여기서 크게 배웠습니다. 무엇이든 제대로 알려면 가까이도 보고 멀리도 보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쪽도 보고 바깥쪽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팎과 원근을 다 보려고 나름대로 애는 쓰게 됐씁니다.

물론 그리 한다 해서 제가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만(원래 제가 크게 놀도록 생겨먹지 못한 탓입니다요.), 보는 눈길과 생각하는 바탕은 조금 좋아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지요. 멀리 겨울산을 봅니다. 겨울산은 가지가 앙상한 나무들만 주로 보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저 겨울산에 지금 푸른 풀 따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않고, 나무도 활동을 멈췄다고 착각을 합니다.

물기가 있고 바람이 세지 않거나 양지바른 땅에는 겨울에도 이렇게 풀들이 자랍니다.


가까이 집 뜨락을 살펴봅니다. 양지바른 데는 푸른 새싹을 내민 풀들이 수북이 자라고 있습니다. 마른 이파리 덤불을 이룬 곳에도, 덤불 아래에 풀들이 푸르게 자라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덤불이 추위를 가리기 때문이지요.

나무도 그렇습니다. 겨울을 나는 눈입니다. 꽃눈과 잎눈입니다. 이 눈들은 여름이나 가을 잎이 질 때 가지 끝이나 잎이 진 자리에 만들어집니다만, 그 모습은 대개 겨울이 돼야 눈치를 챌 수 있습니다.

딱딱한 비늘이나 보송보송한 솜털로 겹겹이 싸여 있는데, 내일 집안 뜨락으로 한 번 찾아나서 보시지요. 봄철 터뜨리는 꽃봉오리, 한여름 녹음 짙은 이파리, 그 둘을 합한 만큼은 아니어도 엄청 많은 눈들이 가지마다 마디마다 박혀 자라는 겨울나무들입니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 집안 뜨락을 한 번 자세히 살펴보신 다음에, 고개를 들어 멀리 겨울산을 보면 느낌이 전혀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삭막하기만 하거나 생명 활동이 모조리 멈춰버린 그런 공간은 아닌 것입니다.

“멀리 눈 쌓인 언덕 골짜기 비탈을 보면서도/ 반짝반짝 초록을 느낄 수 있을 테고/ 수풀을 감싸 돌고 골짜기를 훑어서/ 방죽을 뛰어넘어 웅웅거리며 내달리는/ 바람 속에서도/ 들풀들 일어서면서 내지르는/ 가녀리지만 씩씩한/ 아우성을 들을 줄 알겠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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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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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ㅋㅋ 2008.12.29 1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뉴튼은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한게 아니라
    자신이 발견한 만유인력을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하고자 사과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고 알고있습니다.

    • 김훤주 2008.12.29 1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겠지요. 그런 쉬운 설명을 듣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제 어린 시절에 대해 돌이켜 보는 그런 글입니다요. 저의 어리석음을 널리 이해해 주시기를......

  2. .... 2008.12.29 23: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큰 깨달음을 주는 글입니다. 뉴튼이 사과가 떨어지는걸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라고 책에서 본것은 초등학교 3학년때 알고있었던것은 그보다 훨씬전..(이비에스 방송보는것을
    좋아했습니다. 아직 만화만 나오는 케이블이 없었을때 계속해서 어린이들을 위한 방송이 나오는것은
    이비에스 뿐이었으니까요,,)저도 어렸을때 뉴튼이 왜 사과를 가지고 그렇게 생각했을까.
    사과가 떨어지는것은 떨어지는것이고 만유인력과는 무슨상관이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접하면서 어려웠던문제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던 문제였는데 답답함이 이제야 풀리네요.
    상대성이론을 접했다기보다는 과학에 관한책에서 어떤것을설명하기위해서 이 이론을 자주 인용했는데
    세네번은 돌려 읽었고 그 부분만 열번을 읽었기에 겨우 이런거구나하는 감만은왔었지만...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제게있어서는 수수께끼에 불가능한것이었습니다. 뉴튼에 일기에대해서는
    이부분이 끝이고 그 뒤로 바로 넘어가는 책들 뿐이었고 읽을수록 이해하지못하는 내 머리가 아파서
    그냥 넘겨버렸거든요...감사하네요;... 궁금증이 풀리니 너무 기분좋습니다.만유인력에 대해서 좀더 세세한 설명이 덧붙여져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알고있는것인데 저도 정말 이해가 가지않는 법칙이었거든요.
    너무 설명이 짤막했었죠 긴 설명이 덧붙여지니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지는군요....
    ㅋㅋ님의 설명도 제게 유용해요

  3. 음음음 .. 2008.12.30 0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류인력은 사과로 발견한게 아니지요 ... 음

    보편적 오류중에 하나랄까 ..

  4. 에휴.. 2008.12.30 08: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만유인력을 발견한 게 아니라 만유인력의 존재를 공식화하여 하나의 법칙으로 정립한 인물이 뉴턴입니다.

  5. 용갈 2009.01.03 0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뉴튼의 만유인력이 왜 유명한가 하는 것....
    이것은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시각의 무한한 확장"입니다.

    우리는 과학시간에 "만유인력"에 대해 배울 때 사과의 떨어짐을 배웠고 뉴튼은 그제서야 만유인력을 알게 된 것처럼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만유인력은 알고 있었습니다. 중력의 존재도 알고 있었죠.

    근데 뉴튼은 그 작은 사과의 떨어짐을 보고 우주를 생각했던 겁니다.

    사과의 떨어짐과 같이 달도 지구를 향해 떨어지려 합니다..
    달과 지구는 서로 당기고 있고 지구와 태양도 서로 당기고 있고 이것이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이유이며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이유라고 생각을 하고 이를 수학적으로 풀어낸 것이죠.

    사실은 그런 시각의 전환과 사고의 전환이 위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우 단순하게 배운 겁니다. "사과의 떨어지는 모습에 의해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라고 말이죠.

    우린 언제나 이런 교육을 받았습니다.
    미분을 왜 해야 하는지 적분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그것을 풀기 위해 정석을 풀었고 문제집을 풀었고 공식을 외운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무엇이 등장했는지에 대한 "과학사, 수학사"는 무시되고 단순 계산력 만이 우리 주위를 감사고 있었던 겁니다.

    수학과 과학은 짝을 이루어야 하고 단원 간의 교차도 있어야 하며 여기서 한 이야기 저기서도 해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관계 없음"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죠.

    어느 대학교의 자체 교재 중 통계 관련 내용을 봤습니다. "서론"이 없더군요. 통계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이 그냥 알아들을 수 없는 한자어만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 한자들이 뭘 말하는지도 설명하지 않고 그냥 "외워" 하는 식입니다.

    교육과정도 그렇고 교과서도 그렇고... 특히 교사들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