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도 그랬지만, 요즘 들어서도 진보진영에게 주어지는 많은 충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중의 눈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일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스스로 대중정당이라 밝혔고 또 대중의 지지가 있어야만 살아남는 제도권 정당입니다. 그러니까 진보신당 같은 다른 정당들은 물론, 민주노동당에게도 해당이 되는 말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게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과연 대중의 눈으로 보고 대중의 머리로 판단하고 대중이 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대상일 뿐입니다. 이미 옛적에 제기된 문제조차, 이번 대통령 선거 끝나고 이른바 '혁신'을 한다면서도 제대로 다루고 고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의 수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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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수첩> 사건이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중앙당으로 치면 이른바 '최기영 사건'쯤이 될 것 같습니다. 민주노동당을 떠나 진보신당에서 활동하는 이승필 씨가 있습니다. 이 씨는 자신이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이던 2007년 5월 18일 '경남도당 당원 동지들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씨는 여기에서 "소위 자민통 동지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밝혔고 여럿 가운데 두 번째로 '수첩 문제'를 꼽았습니다. "06년 10월 19일 창원시청 2층 강당에서 열린 '한미FTA가 언론에 미치는 영향'이란 토론회를 마치고 참석자 중에서 (한 명이) 취재수첩을 하나 주워 도당 모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이 발단입니다. 

여기에는 "도당 임원 중 한 명이 자필로 기록한 편지글"이 있었습니다. 이 씨는 이를 두고 "만약 정보기관에 넘어갔다면 사건화될 내용"이라며 "민주노동당 강령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이해됐다."고 했습니다. 이 씨는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한 활동가의 실수가 빌미가 되어 당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는 만큼 책임 있는 태도 표명을 요구했다."고 적었습니다.

이 씨에 따르면 "(그러나) 자민통 동지들은 오히려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이 문제라는 태도를 보였"으며 그래서 "더욱더 깊은 불신을 가지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씨 "드리는 글'의 전체 문맥을 고려해 읽으면 수첩에 적힌 편지는 아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배정당인 조선노동당 아니면 그 지도자 김일성 또는 김정일과 관련돼 있을 것입니다.

저는 수첩 주인이 누구인지 전혀 모릅니다.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알아버리면 안 그래도 좁은 지역사회에서 제가 처신하는 데 불편할 수도 있겠기 때문입니다.

대중의 눈으로 보면 어떻게 될까?

대중의 관점에서 보자면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나 조선노동당에 대한 대중들의 적대감 따위를 끄집어내려고 올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대다수 대중들의 정당관과 맞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조선노동당과는 달리 <사회적 소유를 바탕으로 시장을 활용하는 경제체제>를 지향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조선노동당과는 달리 <남한 자본주의의 천민성과 북한 사회주의의 경직성이 극복되면서 민중의 권익과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는 체제>를 '궁극적 통일체제'로 생각합니다.

이처럼 '조선'과 뚜렷하게 다른 지향을 표방하는 이런 정당에, 생각이 크게 달라 아예 초점이 안 맞는 사람이 당원(그것도 임원) 으로 있다니까 대중이 같잖게 여기는 것입니다. 정당은 노동조합과는 다르게, 사상이 같고 신념이 같아야만 함께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들 대중은 생각합니다.

대중의 눈으로 볼 때 문제 수첩의 주인은 '2중 당적자'입니다. 대중이 불 때, 수첩 주인은 두 당적 가운데 하나는 포기해야 합니다. "수첩에 적은 내용이 잘못이다." 하면서 민주노동당 당적을 골라잡든지, 아니면 "수첩에 적은 내용이 진짜 맞다." 하면서 민주노동당 당적을 버리든지 해야 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대선을 지나면서 이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다 나가버리는 바람에, 이미 민주노동당 안에는 그렇게 하라고 다그칠 사람도 싸그리 없어지다시피 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정말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무현 운동을 벌인 민주노동당의 유력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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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조금은 알려진 일일 텐데요,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의 한 유력 당원이, 2002년 대통령 선거일 직전에, 당에서 하라는 권영길 선거운동은 팽개치고, 노무현 찍어주라는 엉뚱한 선거운동을 당원들에게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저는 이 유력 당원이 누구인지 앞의 수첩 주인과 마찬가지로 모릅니다. 마찬가지 일부러 알려 하지 않았습니다. 알았다면 좁은 지역사회에서 이른바 '안면 받혀서' 이런 글 따위는 쓸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유력 당원은 지금도 유력할 것입니다. 아마 2002년 선거 끝나고 무슨 당직을 맡았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말씀드리려는 요지는, 이 당원이 문책을 받았다거나 반성을 했다거나 하는 얘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남의 후보 선거운동은 명백한 해당 행위입니다.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해당 행위자는 확실하게 문책해야 합니다. 책임 있는 유력 당원이라면 최소한 잘못했다는 고백과 함께 앞으로는 그리 않겠노라는 다짐 정도는 했어야 합니다.

돈까지도 더러우면 세탁을 하는 세상입니다. 당원 본인이 알아서 세탁하지 않으면 당에서 강제로라도 세탁을 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또한 대중의 눈으로 볼 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남의 정당 후보 선거운동을 해대는 당원, 해당 행위를 하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당원, 그런 당원을 지켜보기만 정당. 어떤 속없는 인간이 이런 당원과 정당을 믿고 함께 하려 하겠습니까?

저는 그래서 한 번 더 "민주노동당은 정말 어쩔 수 없다. 대중의 눈으로 볼 줄 모르는 이상 구제 불능이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네들 만족을 위한 자기네들만의 규정을 금과옥조로 삼아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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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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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폐인기자 2008.03.18 0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런일이 있었나요?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대중의 눈으로 볼줄 모르는 민노당..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혜안이 없다는 지적이군요.

    • 김훤주 2008.03.19 1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미안합니다. 댓글이 늦어서요.

      고맙습니다. 물론 민주노동당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문제의 뿌리가 저는 자세 또는 태도에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요.

      자세한 말씀은 조금 있다 드릴게요. 지가요, 바로 나가봐야 돼서요. 즐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