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블로거 '세미예'님이 '지방과 지역 엄청난 차이가 숨어있을 줄이야' 라는 글을 포스팅했더군요. 잘 읽었습니다. 정말 공감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저는 신문을 구분해 일컫는 '중앙지'와 '지방지'에 대해 예전에 썼던 글을 소개드릴까 합니다. 지금은 저의 제안 덕분인지 적어도 경남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에서는 '중앙지' 또는 '중앙일간지'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지역언론에서조차 스스로 '지방지'라는 표현을 쓰는가 하면, 서울지역 일간지를 일컬어 '중앙지'라는 말을 거부감없이 쓰고 있더군요. 적어도 서울 외 지역에서만은 '중앙지'라는 이 건방진 단어가 사라지길 바라면서 이 글을 올립니다.(이 글은 저의 졸저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커뮤니케이션북스, 2007)에도 있는 내용입니다.)

이제 그들을 '서울지'라고 부르자

소위 '중앙지'라고 부르는 서울지역일간지(서울지)와 우리지역에 본사를 둔 지역일간지의 차이는 뭘까? 그건 말할 것도 없이 보도의 관점이 서울에 있느냐, 경남에 있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이런 관점의 차이는 기사의 가치판단이나 보도방향·편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서울지에서 취급되는 지역뉴스는 '서울사람들이 읽어도 관심과 재미가 있을 만한 특별한 일'이 우선시된다. 그래서 대개 △대형사건이나 사고 △먹거리·볼거리 △전국적으로 공통적인 행사를 취합한 기사 등이 주류를 이룬다. 물론 다른 기사들도 나오긴 하지만 비중 있게 처리되진 않는다.

이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려 지금과 같은 서울중심주의가 사라지게 되면 서울지역 일간지가 다른 지역에서 잘 안 팔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처럼 서울지가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구조 때문이다. 지역에서 인재가 나도 서울로 가버리고, 돈을 벌어도 서울로 가져가 버린다. 그래서 언론도 소위 '중앙지'와 '지방지', '중앙방송'과 '지방방송'으로 분류된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도 누군가 엉뚱한 말을 하면 "야, 지방방송 꺼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이런 말 속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낮춰보고 업신여기는 의식이 담겨있다.

'중앙지'는 엄격히 말해 전국을 배포대상지역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에서 '전국지'라는 표현이 맞다. 그래서 한때 언론노조에서는 '중앙지'와 '지방지'를 '전국일간지'와 '지역일간지'로 고쳐 부르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도 성에 차지 않는다. 차라리 '서울지역일간지' 또는 '서울지'라 부르자. 지금 경남지역 언론에서는 '중앙지'라는 말 대신 '서울지'라는 표현이 정착돼 있다. 나는 전국의 모든 지역일간지에서 '중앙지'라는 말부터 없애버리자고 제안하고 싶다.

부산, 울산, 경남을 묶어서 고작 1면을 지역에 할애하는 신문이 '중앙지', '전국지'라니...


그렇게 불러도 무리가 없을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지들은 하루에 지면을 40페이지에서 무려 60페이지까지 제작한다. 그러나 그 중 지역소식을 전하는 지면은 고작 1페이지에 불과하다. 그것도 부산·울산·경남을 묶어서 낸다. 어떤 신문은 대구·경북까지 한데 묶어 '영남판'을 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서울지'들이 지역의 신문시장을 거의 장악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만들어내고, 그들이 고착화시킨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중앙집권 문화 때문이다.

물론 지역일간지들도 그동안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주민의 삶에 구체적으로 다가가는 밀착보도를 소홀히 한 채 서울지를 닮으려고만 했던 거라든지, 서울에서 공급하는 ≪연합뉴스≫의 지면점유율이 지나치게 많았다든지 하는 지적도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또 92년 지방의회가 부활한지 15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지방자치 보도의 전형을 개발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취재·보도에만 급급해왔던 것도 반성할 부분이다. 보도자료에만 의존하던 취재관행을 버리고 좀 더 생생하게 현장에 다가서야 한다. 지역주민이 뭘 궁금해 하는 지, 뭘 답답해하는 지, 뭘 원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지방의회에 상정된 안건 중 시민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안건이 뭔지, 그게 통과되면 실제 어떤 삶의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지를 깊이 분석하여 더 쉽게 알려줄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그냥 지방분권이 시급하다는 당위성만 되풀이하여 강조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들을 찾아내 그것 때문에 분통을 터뜨리는 지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보도기법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일간지들은 정보의 질과 내용으로 서울지와 승부를 내야 하고, 무차별한 경품공세 등에 대해선 함께 힘을 모야 서울지의 횡포를 고발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일간지들은 서로 제살 뜯기 경쟁이 아닌 공생관계로 선의의 경쟁을 벌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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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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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늑대 2009.01.22 0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강준만 교수의 몇몇 글에도 읽을 수가 있었지만, 지역 언론이 지역과 제대로 '소통'할 때 변화가 나올 수 있을 텐데요. 지역 언론계가 힘든 것은 잘 알지만, 어려움을 기회로 삼는다는 마음으로 힘을 냈으면 합니다.

  2. 철부지 2009.01.22 1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3년 전쯤에 도민일보에 다니는 선배로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3. 하루 2009.01.23 1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역신문은 지역 신문 나름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그러나 그 지역신문에 종사하는 사람들 조차 중앙지에 가지못해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 열등감을 이런식의 화풀이로 풀지말고 실력으로 승부해라.
    게다가 지방지는 논조나 문장이 서툴고 조잡하여 읽기에 불편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잘난놈 탓하지말고 자기계발 열심히 해서 독자가 먼저 선택하는 신문을 만들 생각이나해라.

    • 그런깜냥 2009.02.08 1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글 잘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제가볼땐 이 글이 댁이 말씀하신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내용인것 같은데요.

  4. 부사니스 2009.01.28 02: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셨네요..

    경남도민일보 너무나 부러운점이 많습니다.

    부산일보,국제신문,부산mbc,부산kbs,knn에서도 이런점을 50%라도 본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 그대로 복제하는 지역 언론이 서울 언론이지 지역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연합뉴스로 인한 통계 왜곡 뉴스는 많이 없어졌지만... 그 피혜가 너무나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