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법학부 하태영 교수는 형법학자다. 2008년 문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형사철학과 형사정책>(법문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또한 '교수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학자이다. 사회가 대학교수를 지성인으로 대접해주는만큼 사회적 현안과 쟁점에 대해 '공공적 발언'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를 만났다. 최근 우리 사회의 여러가지 쟁점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나는 그에게 블로그를 권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블로그와 홈페이지의 차이를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지역에서 본 세상' 블로그를 통해 형법 학자가 본 정치·경제·사법·입법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로 했다.

카테고리는 곧 발간될 그의 책 제목을 따서 '하마의 下品(가제)'으로 했다. 이 글은 그의 세 번째 기고다. (김주완 주)

배우자 간통은 민사재판으로! 이중혼인은 형사재판으로!

글쓴이 하태영 교수

최근 간통재판이 화제가 되었다. 2008년 2월 27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5단독 판사는 헌법재판소에 간통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고, 간통재판은 약 7개월간 중단되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8년 10월 30일 형법 제241조에 대해 낸 위헌제청사건(2008헌가7)에서 합헌결정을 선고했다. 재판관 4(합헌): 4(위헌): 1(헌법불합치)로 위헌결정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형법 제241조 간통죄(姦通罪)는 ①배우자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②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입법목적은 건전한 성도덕과 성풍속을 보호하고(주된 보호법익으로 사회적 법익),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의무(부차적 보호법익으로 개인적 법익)를 부과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간통죄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헌법재판소는 1990년 9월, 1993년 3월, 2001년 10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간통죄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2008년 10월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네 번째 합헌결정이다. 1990년(89헌마82)과 1993년(90헌가70)의 결정에서는 처벌자체가 헌법에 반한다는 위헌의견 1명과 법정형이 과중하다는 반대의견 2명으로 합헌결정이 나왔다. 2001년 간통죄 헌법소원사건(2000헌바60)에서는 권성 재판관만이 처벌자체가 헌법에 반한다는 위헌의견을 냈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상당히 진보한 것으로 사실상 간통죄 폐지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결정문을 통해 헌법재판관들의 찬반 논거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형사철학과 형사정책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관들의 찬반 논거

합헌(간통죄존치론)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다음의 논거를 제시한다. ①간통죄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②간통 및 상간행위는 순수한 윤리적·도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형벌로 제재하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다. ③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④ 우리의 법의식이 간통죄의 존치를 원하고 있다. ⑤법정형이 과중하지 않다.

[출전] 법률신문, 헌재, '간통죄 규정' 네 번째 합헌 결정, 2008년 10월 30일자.


한편 위헌(간통죄폐지론) 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①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 ②도덕적 비난행위까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법치국가적 한계를 넘어선다. ③법정형이 징역형만으로 규정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

형법에서 정당성의 문제는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에서 찾는다. 특히 비범죄화(非犯罪化)를 논할 때는 더욱 그렇다. 현재 간통죄와 관련하여 세계적 추세는 폐지와 대체법률이다. '형법의 탈도덕화'(脫道德化) 경향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외국의 입법례는 크게 세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①간통죄 폐지 국가(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폴란드, 미국 하와이 등), ②간통죄 처벌 국가(한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③간통죄 차등처벌국가(처(妻)의 간통만 처벌하고, 부(父)의 간통은 중한 사유에만 처벌하는 국가, 이탈리아, 다수의 라틴아메리카 등).

간통죄가 폐지되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형법 제241조 간통죄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대체 법률로 중혼죄를 신설하고 이중 혼인자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을 하면 된다. 여기서 보호법익은 국가혼인규정의 보호이다. 간통죄를 폐지한 독일과 일본도 중혼죄를 규정하고 있다(독일 형법 제172조 Doppelehe와 일본 제184조 重婚).

독일 형법 제172조 (중혼) 기혼자임에도 혼인을 하거나 기혼자와 혼인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일본 형법 제184조 (중혼) 배우자가 있는 자가 다시 혼인한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 상대방이 되어 혼인한 자도 같다.

생각건대 형법은 보호하려는 법익이 형법 이외의 다른 수단으로 불가능한 경우에만 최후의 수단으로 적용될 것을 요구한다. 간통죄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러한 대체 법률안이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과 국가형벌권의 최소성의 원칙을 입법을 통해 구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형법에서 자유주의(自由主義)의 흐름을 대폭 수용해야 한다. 간통행위의 태양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국가는 모든 간통행위를 처벌할 수가 없다. 또한 건전한 성도덕, 성풍속, 성적 성실의무는 형벌로 강제될 수가 없다. 이것은 성숙한 자율의지와 성찰(절제와 반성)을 통해 자발적으로 내면화되어야 한다. 자유주의의 핵심은 위하가 아니라, 이성과 설득이다.

생각건대 간통죄는 이혼을 전제로 고소가 가능한 친고죄이다. 따라서 가정을 붕괴시켜야 국가는 형벌을 부과한다. 이러한 형벌은 단순한 보복일 뿐이다. 국가는 과도한 국친주의(國親主義) 사상을 버려야 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추상적인 도덕규범을 형벌로서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정을 지켜주는 법률인 혼인규정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어야 하고, 중혼죄가 신설되어야 한다.

셋째 간통죄는 형사정책적인 측면에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 경찰, 검찰, 법원, 언론, 그리고 방송은 간통사건에 더 이상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형법 제241조 조문에 극히 제한된 국가공권력을 불필요하게 낭비해서는 안 된다. 형사사법기관은 개인의 도덕적 심사와 은밀한 사생활 조사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직접적인 '해'(害)를 끼치는 범죄에 공권력을 집중해야 한다. 형사실무가들은 간통죄를 이렇게 비판하고 있다. "간통죄의 고소권은 증오심, 복수심, 파괴본능에 의해 남용되고 있고, 이것은 위자료의 수단으로 이미 상업화되어 버렸다." (임웅, 형법각론).

영국 BBC의 옥소리 간통죄 판결 보도. (오마이뉴스)


생각건대 국가는 간통죄를 폐지하고, 혼인(법이 인정한 생활동반) 관계에서 경제적 약자(弱者)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는 입법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저자는 이것이 형사철학이고, 형사정책이라고 본다. 이번 간통죄 논쟁이 남긴 교훈이다.

배우자 간통은 민사재판으로! 이중혼인은 형사재판으로!

2008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간통죄 폐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가정을 지키려는 사람들, 그리고 혼인 관계에서 경제적 약자 보호하려는 국가정책, 이를 뒷받침 하는 각종 법규정들(가족법과 사회법 등), 그리고 가족의 가치를 수호하는 법원의 판결들이 종합적으로 반응할 때 그 논의는 고조될 것이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노력이 함께 할 때 한국 형법에서 간통죄 조문은 개정될 것이다. 그러나 간통죄 폐지를 위한 길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감대 형성과 합의 도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2007년 10월 22일부터 2008년 10월 20일까지 어느 한 가정문제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그들의 가정문제가 언론을 통해 자주 등장하면서 당사자들은 형벌보다 심한 고통에 시달렸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경찰, 검찰 그리고 법정에서 사생활 공개로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우리 언론과 사법시스템이 가진 인권보호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인권이 언론에 다루어지는 것처럼 당사자의 인권도 그렇게 신중하게 다루어야 했었는데 말이다.

가족과 가정을 현명하게 지키는 길

언젠가 형법에서 간통죄가 폐지되면, 이러한 일련의 복잡했던 절차들은 모두 구시대의 사회현상(遺物)으로 남을 것이다. 배우자 간통은 민사재판으로! 이중혼인은 형사재판으로! 이것이 가족과 가정을 현명하게 지키는 길이다. 이런 사회가 빨리 왔으면 한다.

글쓴이 : 하태영(동아대학교 법과대학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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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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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B 2009.01.23 1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소 김주완·김훤주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간혹 블로그에서 몇몇 글들을 보며 심정적 동조를 해오고 있었는데, 비록 외부필자의 글이긴 하지만 이번 포스팅에 대해서는 미안하게도 공감을 하지 못해서 유감입니다.
    간통죄로 인한 피해자와 수익자를 생각해보면 간통죄의 폐지는 아직 이른감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트랙백을 남기며.. 미리 설날 인사도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김주완 2009.01.23 16: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의견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트랙백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아직은 여성에게 유리한 법이란 생각에 어느정도는 동의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없어져야 할 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감사합니다.

  2. 컴치초탈 2009.01.23 1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리 잘 만든 법이라도 모든 사람이 100% 공감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저도 아직은 반대하는 쪽에 가깝지만 바꾼다고 해도 굳이 목터져라 반대를 외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설 명절 잘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3. 한반도주민 2009.07.03 2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②간통죄 처벌 국가(한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 비교적 최근까지 간통죄 규정을 존치시키고 있던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각각 1989년과 1996년에 간통죄를 비범죄화하였습니다.

  4. CJsound 2010.03.28 1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중한 포스트 잘 읽고 갑니다 ^^^^

    그리고 트랙백도 달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