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써먹는 비장의 요리-물메기 회와 물메기 탕
어김없이 설 명절이 돌아왔습니다. 이럴 때면 맏며느리의 남편인 저는 은근히 아내와 제수씨의 눈치가 보입니다. 자칫 명절 연휴가 끝난 후 아내의 '명절 증후군'에 시달릴 우려가 높기 때문이죠. 그러면 저도 힘들어지니까요. 제 남동생도 마찬가지겠죠.
그래서 제 나름대로 고안해낸 전략이 있습니다. 우선 아내와 제수씨를 위한 선물을 준비합니다. 지난 명절에 이어 이번에도 제가 준비한 선물은 구두 티켓입니다. 물론 구두티켓이지만, 지갑이나 뭐 다른 가죽제품도 살 수 있습니다. 이번 티켓은 10만 원짜리를 7만 5000원에 구입했으니 실제 투자한 액수보다 생색을 더 낼 수 있습니다.
이거 명절 끝난 뒤에 주면 안됩니다. 연휴 시작하는 첫날 줘야 '효력(?)'를 발휘합니다. 좋은 기분으로 '명절 노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두번째는 연휴 첫날, 제 비장한 실력으로 감히 여성들이 하기 힘든 요리를 만들어 바치는 것입니다. 바로 생선요리, 특히 제 고향 남해의 특미인 물메기 활어회와 탕입니다.
물메기는 외관이 무섭고 징그럽게 생겼기 때문에 여성들이 꺼려하는 요리 중 하나입니다. 저는 시장에서 물메기를 사면서 바로 포를 떠달라고 주문합니다. 그러면 횟감으로 뜬 포와 함께 탕거리를 따로 봉투에 담아줍니다.
물메기는 버릴 게 없습니다. 머리와 지느러미, 내장까지 모두 탕으로 끓이면 그 시원한 맛이 아귀탕이나 복국보다 훨씬 윗선에 놓입니다.
제가 집에 와서 하는 일은 이미 떠온 횟감을 먹기좋게 칼로 썰어 접시에 담는 것입니다. 물메기회는 그냥 초장에 깨소금을 좀 넣고, 취향에 따라 마늘 다진 것을 좀 넣어 찍어먹으면 그 시원함과 담백한 맛이 거의 환상적인 겨울특미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안주거리를 만들어 먹어서 좋고, 아내와 제수로부터 점수를 따서 좋습니다. 거의 일석이조입니다.
아버지와 아내, 동생, 제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소주와 곁들여 맛있게 먹고 난 뒤, 이젠 탕을 끓입니다.
탕은 그냥 무와 대파를 썰어넣고, 마늘 다진 것을 적당량 넣은 후,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이번에 끓인 것은 물을 좀 많이 넣는 바람에 제 입맛에는 2% 모자란 탕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맛있다며 잘 먹어서 흐뭇합니다.
물메기 두 마리로 끓인 탕은 세끼 정도까지 계속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 그리고 점심까지 물메기탕을 먹었습니다. 따라서 며느리들이 제수 장만에 앞서 매 끼니마다 따로 국을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은 장보는데 따라가서 열심히 짐꾼 노릇을 합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돌아와 짐을 풀어놓고 나면 저는 커피를 끓여 며느리들에게 갖다바칩니다. 이쯤에서 아내로부터 "당신 오늘 왜 이렇게 서비스가 좋아?" 라는 말을 듣게 되면 이번 명절 며느리 부려먹기는 반쯤 성공입니다.
이제 남은 연휴 동안에도 적당한 기회에 커피를 타주거나, 한 두 번쯤 설겆이 하는 것만 도와주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다른 남편분들은 명절 어떻게 보내세요? 아내의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남편분들은 제 방법도 한 번쯤 시험해보세요.
'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렇게 단출한 설 차례상 보셨나요? (4) | 2009/01/26 |
|---|---|
| 3대가 함께 즐기는 명절오락 윷놀이 (1) | 2009/01/26 |
| 설 명절에 남편이 살아남는 법 (7) | 2009/01/25 |
| 24년 전 만났던 막걸리 보안법 할아버지 (9) | 2009/01/23 |
| 습지도 알고 보면 오르가즘이 있다 (0) | 2009/01/15 |
| 기업하는 친구에게 들은 경제 전망 (17) | 2009/01/15 |
트랙백 주소 :: http://2kim.idomin.com/trackback/672
-
Subject: 명절 폭설 길에 아가의 분유 물 찾아 삼만리
Tracked from 함께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 2009/01/25 18:37 삭제설 명절인데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와서 귀성전쟁을 치러야 할 사람들이 걱정스럽다. 설상가상으로 대설 주의보까지 내려 귀성길이 더욱 우려된다. 지금은 우리집에서 직접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귀성 전쟁을 치르지 않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제발 눈이 그만 내리고, 이번 귀성길에는 교통이 원활해졌으면 좋겠다. 문득 2001년 설날에 겪은 폭설로 인해 벌어졌던 '눈물 겨운' 귀성 길이 생각난다. 아빠가 딸 아가의 분유를 먹이기 위해 눈보라 속을 헤매던 이야기다..
-
Subject: 설날 포털 로고
Tracked from I Love Contents & 블로그문화연구소 2009/01/26 13:37 삭제올해 설날 포털 로고는 네이버가 단연 압권이다. 세배, 연날리기 등 눈에 띄는 것만 여섯 종류이다. 순전히 내 기억에만 의존한다면 지금까지 구글의 디자인을 앞서가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설날 명절을 지내는 나라가 동양 몇 개 나라인 탓도 있는 것 같다 붉은 색에 소와 '복'자의 모습이 이채롭다 중국 포털 baidu.com 중국 포털 qq.com 싸이월드는 설빔을 입은 가족들이 나와 복을 기원하는 플래쉬 로고를 만..
-
Subject: 배려가 있다면 달라질 수 있는 명절
Tracked from 일다의 블로그 소통 2009/01/26 17:35 삭제장애여성으로서 내가 느끼는 명절이란 몇 년 전부터 큰집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집은 명절이 다가올수록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다. 거의 모든 준비를 떠맡고 있는 어머니는 벌써부터 흔히 말하는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며칠 전부터 친척들에게 보낼 선물을 챙기고, 음식을 챙기고, 전화를 돌리고, 그러다가 친척들의 근황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소엔 좀 거리감을 두고 있던 친척들마저 화제에 오른다. 누가 결혼할거라느니, 애인을 데려온다느니, 공부를 잘하느니..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거 뭐지? 내가 올린 사진인데, 저작권 의심되는 파일들이 있다니...
다른 분들에게도 저작권 의심 메시지가 보이시나요?
아, 로그아웃을 하고 보니 아예 사진이 뜨질 않는군요. 티스토리 오류인 것 같은데, 이런 오류 만들어놓고 연휴라고 다들 집에 가버리면 어떻게 하나...
명절에는 짐꾼 노릇이나 하는 것이 제일 편하죠^^
친구들 연락이 와서 슬그머니 나갈 생각입니다...ㅋㅋ
행복한 새해 명절 맞이하세요^^*
네 옛 기억은 모두 추억으로 남기시고, 오늘 가족들과 즐거운 설 맞으세요.
티스토리가 오늘 문제가 많은가 봅니다. 다른 블로그 글에 저작권 어쩌구 티스토리가 정신줄 놨다고 합니다. 명절에는 카리스마님 말씀처럼 짐꾼이 최고인 듯 합니다. 저도 장보는데 짐꾼하러 갑니다. ^^;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이제야 복구됐네요. 처음엔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설 보내세요.
너무 멋지세요~!
이렇게 남편분들이 조금만(?) 배려를 해 주셔도 아내들이 훨씬 행복해진다는 사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행복하니 어차피 치뤄야 할 명절.. 훨씬 기분 좋겠네요. ^^
☞ 내 블로그에도 배너광고를 달아 수익을 올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