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반공소년 이승복 오보 논란'과 관련, <조선일보>가 낸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모양이다.

대법원은 <조선일보>의 이승복 기사를 오보라고 보도한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과 '오보 전시회'를 개최한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중 김 전 사무총장에게만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이 사건은 나와도 전혀 무관하진 않다. 1998년 내가 재직 중이던 <경남매일>에서 후배 김효영 기자에게 "아직도 냉전교육의 산물인 '반공소년 이승복' 동상이 거의 모든 초등학교 교정에 그대로 남아 있다"며 취재 아이템을 제공한 바 있다.

이에 김효영 기자는 '아직도 이승복 동상이…'라는 기사를 보도했고, 곧이어 이승복 어린이의 형 학관씨에 의해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 조선일보가 김종배·김주언씨에게 소송을 건 것도 바로 그 때였다.

조선일보 2웛 13일자 8면.

의기양양한 조선일보, 어린이 죽음 이용하지 마라

조선일보는 이번 판결에 의기양양해 하고 있다. 판결 다음 날인 13일 조선일보는 1면에 "'조선일보의 이승복 보도는 진실', 대법 '오보 전시회측, 손해배상해야"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 8면을 털어 "이승복 동상 철거하고, 교과서에서 빼고…17년간 활개친 광기들"이란 전면 기획기사를 실었다. 여기에는 "사법부 '이승복 기사 조작설'에 마침표"라는 기사와 함께 "누가 허위로 퍼뜨렸나", "이승복 사건은" 등 꼭지와 친형 이학관씨의 인터뷰도 실었다. 또한 "이젠 이승복군에 대한 사회적 복권 이뤄져야"란 사설도 있었다.

김종배씨의 블로그와 <미디어스> 기사를 보니 재판과정에서는 1968년 무장공비에 의한 이승복 살해사건 직후, 과연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에 가서 취재를 한 후 기사를 쓴 것이냐가 쟁점이 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입을 찢어 죽였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오보냐, 아니냐는 것보다 섬뜩한 '반공교육의 광기'를 다시 떠올렸다. 이승복 어린이야말로 바로 그 '미친 반공세뇌교육의 희생양'이 아니었던가?

철없는 아홉 살의 이승복 어린이가 정말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공비들에게 외쳤고, 그 때문에 무참히 살해되었다고 치자. 그게 과연 정상적인 일인가.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에 '반공 소년 이승복' 동상을 세우고, 교과서에 실어 이승복 어린이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옳으냐 말이다.

아직도 많은 초등학교 교정에 서 있는 이승복 동상. @김주완

다른 어린이들도 그런 상황에 닥치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쳐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하란 말인가? 강도가 들어와도 "난 강도가 싫어요"라고 외쳐 무모한 죽음을 자초해야 하는가?

아무리 반공을 국시로 하는 나라라 하더라도 총칼을 든 무장공비에게 아홉 살 어린이가 그런 말을 외치도록 만드는 교육이 과연 올바른 교육인가 말이다. 아홉 살 어린이가 이념을 알면 얼마나 알 것이며, 공산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체제에 대한 신념이라는 게 있기나 한 것인가? 그 어린 아이가 뭘 안다고 그걸 추켜세우며 전국 모든 어린이가 본받아야 할 표상으로 만드느냐 말이다. 그거야 말로 반공주의자들이 비난해마지 않던 북한의 세뇌교육과 무엇이 다른가.

아홉 살 어린이를 반공영웅으로 만들자고?

만일 조선일보의 당시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승복 어린이 사건이야말로 '미친 반공교육'이 만들어낸 어이없는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무모하고 무식한 반공세뇌교육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했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또다시 이승복 군에 대한 '사회적 복권과 역사 복원'을 외치고 있다. 다시 교과서에 실어 어린이의 영웅으로 만들고, 철거된 동상을 학교마다 복원하자는 말인가? 정말 무서운 조선일보다.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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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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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재욱 2009.02.26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론 불행한 희생자를 동상으로 전국 각처에 널리 보이는 건 그리 탐탁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승복 군이 '공산당이 싫어요'를 말한건 위험을 인식한 상태에서의 무모한 행동이 아닙니다.소위 무장 간첩들은 이승복 군의 집에 들어와서 마치 무슨 특수부대 인 것 마냥 행세해 식량을 요구했고 또 공부를 하고 있는 이승복 군에게 공산당이 좋으냐 북한은 어떻게 생각하냐 하고 친근하게 물어서 이승복군은 그냥 배운대로 이야기 했을 뿐입니다. 그것에 갑자기 광분해 대검으로 인간 도살을 한 것은 무장 간첩들의 광기 때문이지 이승복군의 무모함 혹은 반공세뇌교육 때문이 아닙니다. 현재에 들어와서도 무장간첩이 김정일 장군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우리나라 초등학생 백이면 백 인민에 기생하는 배불뚝이 돼지새끼라고 할 것입니다. 그것도 자기가 인터넷에서 본 대로. 거기에 광분해 김정일 장군을 모독하는 간나새끼는 죽어야 한다며 무장간첩이 초등학생을 죽인다면 그 죽음은 초등학생의 무모함 때문입니까? 님의 사상이나 철학에 관여할 생각은 그리 없으나 사실을 비틀어서 주장을 하는 것은 좌우를 막론하고 용납될 수 없습니다.

    • 뿔이 달렸던가요?. 2009.02.26 1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희생양이 맞습니다.
      제가 받은 교육대로라면 북한사람은 모두 괴물아니면 머리에 뿔이 달린줄 알았으니까요. 그리고 님의 말씀도 틀린말은 아니지만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무리가 있으니 문제겠지요.

    • 어떤 초등학생이...... 2009.02.26 12: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죽을수도 있다는것을 알면서 무장간첩에게 그렇게 말을
      할까요?

    • 김주완 2009.02.26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의견 감사합니다. 무장간첩의 잔혹행위는 비난받아야 함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를 반공영웅으로 내세워 어린이들의 본으로 삼는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2. 도꾸리 2009.02.26 12: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공교육의 희생양이 된 듯한 느낌이에요
    일제고사니 머니, 제 생각과는 동떨어진 교육정책이 어쩌면 한국으로 돌아갈 제 발길을 붙잡는지도...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3. 2009.02.26 1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주완 2009.02.26 18: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고맙습니다. 이번 토요일 올블로그 행사에 가볼 생각인데, 혹시 거기 오시나요? 저녁 6시부터인 것 같은데...
      여의치 않으면 다음 기회에 또 연락드리지요.

  4. 반공교육 2009.06.08 12: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상을 세우고 이런거는 좀 억지가 있지만..
    우리나라를 생각했을때, 완전히 교과서에서 빼는거는 억지가 있다고 봐요.
    쇄뇌교육이라고 하면 북한이 더 심한거 아닌가요.
    미군상을 만들어서 칼로 찌르는 게임즐기고 김일성부자를 완전 신으로 떠받들던데.
    동상을 세우고 하는것 보다 국가 안보에 대한 비중을 좀 많이 실었으면 좋겠네요.

  5. 이권철 2009.10.05 1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승복 어린이 동상 철거!
    역사가 왜곡됐으니 철거 해야 한다?
    지금에 와서는 상상할수 없겠지만 그 시대적 상황으로 본다면 이승복 어린이는 열사요 반공소년임에는 틀림 없는 사실일 것이다.
    지금에 와서 6.25가 뭔지 모른는 아이들, 배고프면 라면 끊여 먹었어야지...라고 대답하는 천진난만한 요즘아이들이 그 시대적 상황을 얼마나 이애 하겠슴니까? 그건 교육을 통해서만 이루어 지지 않을까요..쇄뇌가 아니 교육말입니다..또한,남침이니 북침이니 하는 사상 논쟁에서 이승복 동상철거는 해서는 안될일이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반공을 국시로 살아왔던 사람으로 북한도 우리 동포요 민족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시대적 상황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하지 않을까?

  6. 이상욱 2014.03.02 0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 교과서에서 현대사를 다 빼야지...
    진영 입맛다라 이거저거 해대니...
    518도 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