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밤에 이런 이메일이 제게 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늘 시작된 언론파업의 본질과 의의에 대해 원고를 청탁 드립니다.

분량 : A4 한장(11포인트)
읽을 대상 : 현장 노조 활동가
마감 : 3월 3일 12시까지

재작년 금속노조경남지부 선거이후 함께했던 동지들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동자 연대'라는 형식으로 조금 꼼지락거리고 있습니다. 활동의 한 일환으로 지역 주간 노동자 신문을 발행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2월 25일자 준비1호를 발간했습니다. 종이신문은 아니고 우선 회원 및 주변에 메일로 보내는 정도입니다.

준비 2호 내용 중에 최근 언론노조 파업에 대해 글을 청탁하기로 하였습니다. 더불어  이후 고정 필진으로 활동을 해주실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건방지다 생각 들면  한 잔 하면 되고…….

그래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동자 연대가 무엇인지 찾아봤더니 2008년 8월 창원에서 창립식을 치른 지역 단체였습니다. 그리고 경남 지역 노동자 신문은 블로그(http://blog.daum.net/horuragee)로도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죄송하게도 마감 날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틀이나 넘겨서 5일 오전 10시 즈음에 글을 보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
조금 뜬금없다 느끼실 수도 있겠고 건방지다 여기실 수도 있겠다 싶지만, 어쨌든 여기에는 제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올 2월 4일 창원에서 열린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경남고용복지센터·여성노조 경남지부·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청년희망센터가 참여하는 경남 최저임금 연대 발족 기자회견. 경남도민일보 사진.


'언론 파업의 본질과 의의'가 제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이 주제로 글을 써라십니다. 저는 숙제는 하지 않습니다. '본질'과 '의의', 지겹습니다. 남들도 지겨워할 것 같습니다. 뻔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구름 잡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언론파업? 밥그릇 지키기입니다. 신문 방송 좀 더 제대로 하자는 얘기입니다. 정권과 자본의 언론 장악을 저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언론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지역성과 다양성과 공공성을 유지할 토대를 마련하고 지키자는 투쟁입니다.

저는 더 말할 내용이 없습니다. 대신 우리 지역 노동자들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집에서 무슨 신문 보시나요? 한겨레나 경향 보시나요? 그러면, 지역 소식은 무엇으로 아시나요? 방송으로 아는 경우가 많겠지요. 방송은 무료 보편 서비스니까요.

방송 보고 아신 다음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지면 지역 신문 홈페이지를 뒤지겠지요. 전체로 보자면, 경남 지역에 그 많은 노동자들 가운데 자기 집에서 지역 신문 받아 보는 이는 2000명이 채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신문에 무엇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 나면 무지무지 씹어댑니다. 진보신당이냐 민주노동당이냐 정치 성향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구독을 중단하겠다고도 하고 절독 운동을 벌이겠다고도 합니다.
저는 묻습니다. 끊을 신문이 있기라도 하나요? 도대체 지금 보고 있는 신문이 있어야지 끊을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저는 어쩌다 우리 경남도민일보를 본다는 노동자를 만나면 아주 고마워서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합니다.

노조 활동 하는 이들은 대개 이런저런 사람 사귀는 비용으로 적지 않게 돈을 쓸 것입니다. 지역 신문 구독하는 데 드는 돈은 한 달 1만원입니다. 물론 적지 않은 줄은 압니다만, 그렇다고 거기 담긴 내용과 견주면 비싼 것은 또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미디어 정책은 이렇습니다. ①지역 매체들은 말라 죽으면 제일 좋다. ②한 자본이 신문과 방송을 다 소유할 수 있게 한다. ③재벌의 방송 소유 지분을 20%까지 보장한다. 간단하게 말해 조중동 같은 거대 신문과 삼성 현대 같은 재벌이 연합해서 방송까지 말아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지역 매체라는 존재가 보일 리 없습니다. "이리 되면 거치적거리는 '저것'들은 그냥 경쟁에서 밀려 말라죽을 거야." 뒤집어보면, 지역에 사는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 약자에게는 매체를 주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지역 노동자들이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저지하고 지역 여론을 장악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지역 신문 구독에 좀더 비용을 지출하면 됩니다. 그러면 신문들 논조까지 바뀔 것입니다. 특히, 지배주주가 없는 경남도민일보는 '금방' 반응이 올 것입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합원이 5만이라지요? 민주노총 영향력을 높이려면 그 가운데 10%만 경남도민일보를 정기 구독하시면 됩니다. 또 경남 전체에 비정규직이 10만 명은 훨씬 넘을 텐데, 10%(아니 5%)만 정기 구독하시면 날마다 비정규직 편드는 기사를 지겹도록 보실 수 있습니다.

'꿩 먹고 알 먹기'입니다. 노동자들은 이로써 자기를 대변해 주는 지역 일간지를 하나 확보할 수 있습니다. 지역 일간지는, 자기를 밥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다른 눈치 보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든든한 후견세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분량이 제한돼 있어서 이렇게만 썼습니다. 저는 여기다 두어 줄만 덧붙이고 싶습니다. 이렇게요. 

“모든 신문은 독자를 두려워합니다. 조중동 같은 거대 신문들도 그렇습니다. 지역 신문들은, 크지 않고 조그맣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정도 규모라면 최대 규모 독자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다수를 차지하는 독자들에게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좀 덜하지만, 대부분 지역 신문에 이른바 ‘관변’ 기사가 많이 실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자치단체를 비롯한 관공서 독자가 많다는 것입니다. 노동자 독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발언을 하기 시작하면, 관공서 독자가 지금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쉽사리 빼앗을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이것이 잘못됐고 저것이 옳다고 하면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여집니다. 사실(fact) 자체는 독자든 기자든 누구도 바꿀 수가 없지만, 시각이나 태도 또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렇습니다. 지역 신문에서 노동자 독자의 비중이 높으면 그 입맛에 맞는 쪽으로 논조가 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저희 ‘경남도민일보’는 ‘사시’가 ‘약한 자의 힘!’이라는 사정도 작용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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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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