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생활을 하다보면 참 안타까운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들 중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문제는 누가 봐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상해가면서까지 집착하는 겁니다.

대개 그런 분 중에는 할머니가 많은데요, 관련 행정관청이나 경찰, 검찰, 법원은 물론 총리실과 청와대까지 몇 번씩이나 거친 후, 관련 서류를 보따리에 잔뜩 싼 채 신문사로 찾아옵니다.

갖고 오신 서류를 하나 하나 다 읽어보고, 몇 시간에 걸쳐 할머니의 호소를 들어보지만, 소송에서도 모두 패소한 사건에 대해 기자로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아들과 며느리, 딸도 나서지 않습니다. 그들조차 자기 어머니의 주장에 동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의 요구에 의해 찾아간 측량현장.


물론 기자는 법에 따라 판단을 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법 이전에 상식이라는 게 있고, 인류의 보편적 정의와 가치가 있습니다. 기자의 판단 기준은 거기에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소송에서 모두 졌다고 해도 일단 할머니의 말을 모두 들어봅니다.

그러나 상식으로도 어쩔 도리가 없는데다, 그걸 할머니는 전혀 납득하지 않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결국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하면 할머니는 "기자도, 군청도, 지적공사도, 국토해양부도, 검사도, 판사도 모두 한통속"이라며 불만을 토로합니다. 기자는 그쯤에서 손을 떼 버리면 그만이지만, 승복하지 못하고 계속 이 일에 집착해 몸과 마음을 상해갈 할머니를 생각하면 안쓰럽기 짝이 없습니다.

오늘 만난 할머니도 그랬습니다. 할머니가 소유해온 밭의 면적을 둘러싼 분쟁이었는데요, 할머니는 자신이 알고 있는 면적보다 지적도의 면적이 작다며 끊임없이 민원과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했습니다.

오늘은 줄자까지 동원하여 측량을 했으나 결과는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또다시 저를 찾아와 "다시 측량을 해야 하는데, 기자가 취재를 해주면 지적공사 공무원들이 '장난'을 치지 못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할머니는 그 부탁을 하면서 저에게 돈봉투까지 내밀었습니다. "돈을 줘야 기자들이 잘해준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면서 말입니다.

돈봉투는 짐짓 화를 내며 꺼내지도 못하게 했지만, 할머니의 소원이나마 들어주는 셈 치고 오늘 오전 함께 측량 현장에 가봤습니다. 지적공사 직원들은 지난 몇 년간 할머니의 요구에 따라 이 밭에 대한 측량만 열 번 넘게 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할머니의 소원대로 측량기 외에 줄자를 가지고 재보기도 했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제가 지적공사 직원들의 측량결과에 납득하는 모습을 보이자, 할머니는 저에게 막 욕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기자도 한통속이라는 겁니다.

물론 할머니의 고집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수십 년간 자기 땅인 줄 알고 경작해온 밭이었는데, 알고보니 지적도상으로는 1/3 이상은 남의 땅이었다는 걸 어떻게 할머니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20년 가까운 기자 생활동안 이 할머니 같은 분을 약 열 번 이상은 만나봤을 겁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개 그 분들은 기자에게 돈봉투를 주려고 합니다. '기자에겐 돈을 줘야 잘 해준다'는 그 분들의 생각은 오랜 세월 기자들이 스스로 만든 원죄일 겁니다. 참 씁쓸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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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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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자라.... 2009.03.26 1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머니들 저러는거 백번 이해갑니다.
    다른 내용이 이해가 가는게 아니고
    돈봉투이야기 관점에서 말입니다
    어느 집단이나 소수들이 다수를 욕먹인다고 하지요!
    하지만 제가 겪은 기자라는 집단은 다수가 소수를 욕먹이는 집단이더군요
    글쓰신분은 소수에 속하시길 바랍니다

  2. 대유 2009.03.26 2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복궁근처에 살기 때문에 이런저런 사연으로 피켓들고 민원(?) 1인시위 하는 분들 많이 보는데 특히 법적으로 잘대처를 못한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많더군요....대통령이 몇번 바뀌었는데도 계속 보이시는 분이 있는걸 보면 안스럽기도 하고 참....
    하지만 안스러운것 하고 행정이나 법률에 관한 소송으로 패소하신 나이든 분들이 패소한 사실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것도 문제같습니다...
    항상 자신만의 뜻대로 돼야한다는 자신만이 승소해야 한다는 마음도 잘못된것이니까요....

    평생 공무원으로 자신의 집한채 빼고는(평생적금한돈 모와서 사신) 청렴하게 사시다 정년퇴임한 친구아버님도 퇴임직전 5년간은 구청에서 재일 나이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이드신 행정문제에 때문에 찿아오시는 분들을 전담했다고 하시는데 도와줄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조정기간이 지난) 지난 일들을 나중에 아시고는 찿아와서 생때(?) 부리시는 분들이 뒤에서 급행료주고 빨리 일처리 하려는 사람들 거절하는것 보다 더 힘든일이 였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3. 아크몬드 2009.03.27 0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까운 할머님..

  4. skyrunner★ 2009.03.27 0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통한 노릇입니다.
    사회권력의 부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부분이군요.

  5. 좋은사람들 2009.03.27 06: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 권력과 언론조작을 경험하신 분들이라 그런것 같습니다.
    안타깝네요..

  6. 실비단안개 2009.03.27 08: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시골의 집터와 논밭의 면적이 문제가 많습니다.(할머니의 주장이 옳다는 건 아니구요.)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하는지 -

  7. 한철영 2009.03.27 0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젠가 강원도에서 근무할 때 어디 출입하는 기자들과 그곳에 근무하시는 사람들 술자리가 있었는데 정말 과간이더군요. 기자는 본인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반말하고 술이 조금 들어가니까 아무 사람들에게 막대하고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직급이 직업이 이러케 만드는것 같습니다. 그곳에 모인 모든 기자들 다 누가 센가 하고 시합하는 사람들 처럼 행동하더군요. 기자들 눈에 비쳐진 사실은 본인들이 편집해 내 보내면 그만인 것입니다. 그곳에서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 눈은 한정되어 있구요. 그러니 행동 또한 그러케 하는 것 같습니다. 몇년전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에 와서 바꿔졌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뭐 때문일까요. 언론의 자유라는 말을 그 사람들은 오해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 정확히 2009.03.27 12: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보셨네요... 제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네요..

    • 맨발 2009.03.27 12: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까운 친구가 어느날 엠씨에서 뉴스 시간 나온다며 촬영해가며 기자는 운전기사,카메라기자 줘야 한다며 거마비를 받아 갔다는 군요.그 기자요? 9시 지방방송 뉴스 진행합니다.

  8. 탐진강 2009.03.27 10: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들이나 교사들이 촌지받는 직업으로 알려졌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돈으로 매수하려던 5공때 가장 심했다고 합니다.
    기자들도 다 받았을 시기이니 기자들의 원죄도 커보입니다.
    지금은 촌지 받다가는 걸리면 끝장이니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몰래 그러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잘 보고 갑니다.

    • 지금은 2009.03.27 1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촌지를 받다가 걸리면 끝장이라구요? 별로 그런것 같지도 않은뎁쇼...겉으로는 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집단같지만 속으로는 제일 더티한 집단이 어디일것 같소?

  9. 답답 2009.03.27 1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겪은 기자라는 집단은 나이가 환갑이 넘었든 안 넘었든 돈 될 것 없을까
    광고비 받아 낼 곳이 없을까 눈에 불을 켜고 다니는 사람들만 봤습니다
    맨위 댓글 쓰신분의 말처럼 글쓰신분은 소수에 속하시길 바랍니다

    • 정확히 2009.03.27 1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보셨네요....저도 비슷한 경험이....ㅉㅉㅉ
      그래도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문과 방송을 보며 그게 세상의 진리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답니다...그리고 기자 본인들도 자기들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사람이라고 주장하죠....

  10. 자유채색 2009.03.27 1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렇군요... 잘 읽고 갑니다~

  11. 그런게 많죠. 2009.03.27 1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무원에게 돈을 줘야 일처리가 빨라진다...
    경찰이나 검찰이나 돈만 주면 있던죄도 없어지거나 가벼워진다...
    기자들은 돈만주면 유리한 기사를 써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합니다...

    때문에 자신의 경험이 일반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건 그 경험에는 직접체험뿐만 아니라 간접체험이 더 많다는것입니다.
    누가 그러더라..친구가 그랬다더라...친척이 들었다더라...등등...

    이건 뭐..누구 잘못이라 수 없는 당사자들의 선배들 잘못이죠...

  12. 어떤직종이든 2009.03.27 1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작은 언론사이든 거대 언론사이든 기자라는 직종은 일반 사람들보단 권력가들임엔 분명한 일이겠지요. 펜 하나로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저도 주변에서 기자와 얽힌 좋은 일을 경험한 사람이 안타깝게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13. 둥이 2009.03.27 1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근무하는 직종이 금융업이라 그런가
    기자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또 수시로 접대를 해야합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기자들은 부모자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자기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사람에게 막 대하고, 광고를 내 줄테니 돈을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혹시라도 자기한테 돈봉투를 안 주면 회사에 대해 안 좋은 기사를 쓰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기자는 인간도 아니다. 별의별 욕을 다 하면서 기자들이 방문하면 돈봉투를 건내줘야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몇 몇 신문에 기자들은 자기가 술집 개업했다면서 수시로 전화를 해 매상을 올려 줄 것을 요구하더군요.
    언론의 자유가 어쩌다 기자들의 권력이 돼었는지 알 수 없지만,
    경찰들도 관공서도 기자들에게 쩔쩔매는 대한민국 불쌍합니다.

  14. 20년 가까이 2009.03.27 1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 생활을 하셨다니 뭐 예전의 상황이나 지금의 상황을 더 잘 아실테고...취재대상이 되는 분들이 기자들을 생각하는 속마음이 어떤지를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괜히 이런데 글 올렸다가 섭섭한 소리 많이 들으시는것 같네요...세상사에 잘못이 있으면 고발을 해서 고쳐야 하지만 잘못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진정한 기자정신, 휴마니스트 기자정신이 아닐까요.

  15. 2009.03.27 13: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적이 정말 뜨거운 감자이기는 합니다..

    이게 오류가 있다는건 누구나 인정을 하죠.

    현 지적도의 경우에는 일제시대때 동경에 있는 기준점으로 부터 상대 좌표로 끌고 온겁니다.

    거기서 얼마만큼 떨어졌있는지 상대적이 거리가 되는거죠.

    당연히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오차율이 커지게 됩니다.

    요즘같이 컴퓨터로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요. 도면상의 연필선 두께만큼 오차가 쌓이다보면
    실거리로는 몇미터 몇십미터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지요.

    NGIS관련해서 계속 중앙정부나 지자체나 갱신작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개인의 재산이 걸려있기 때문에 누구 손을 들어야 될지 난감한 상황이 되지요.

    실예로 제 친구 집일 입니다만.. 어느날 와보니 집에 담장이 사라졌다고 하더구요.
    옆이 텃밭이였는데 밭주인이 측량을 하더니.. 담장 블럭 하나만큼 토지를 무단점용했다고..
    담장을 뜯어갔다고 하네요. ㅎ

    이게 측량기사 막걸리 값이라고 하더라구요.

    정확한 기준 데이타가 없으니 목소리크고 동작빠른 사람이 이기는거죠.

    이런 사례가 아닐까 싶은데요.

  16. 기자를 알아요 2009.03.27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분들 받는사람 많드라구요....

  17. 단군 2009.04.03 15: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사람 사는 세상이 다를리가 있겠습니까?,...한 두번 만나서 사업 하다보면 정이 통하고, 정이 통하면 술 한잔 하게 되고, 술 한잔 하고나서는 사업 구상 얘기 하고, 사업 구상 애기 하다보면 우리가 남이가 소리 나오고, 우리가 남이가 말 나오기가 무섭게 형님 동생 들어가고...흐흐흐...그리고, 촌지가 나오는 법...다~똑같아, 다~...더럽다고 손가락질 하지 말고 깨긋한 척할 필요도 없어...헌데, 뒷 통수는 치지 말자고요, 누구처럼..."쥐"씨던가?...제 블로그에 쉬러들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