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한국철도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때 노동조합의 반대운동이 언론에 보도되긴 했지만, 이후엔 별 소식이 없어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지난 3일(금) 대전에 출장 갈 일이 있어 마산에서 무궁화호를 탔더니 각 좌석마다 다소 특이한 유인물이 꽂혀 있었습니다.

유인물은 16절지 4페이지로 구성돼 있었는데요, 표지에 해당하는 첫페이지는 친근한 만화와 함께 "영어선생님께 수학을 맡기는 학교는 없다"는 헤드라인이 인쇄돼 있었습니다. 누구나 호기심을 유발할만한 명 카피였습니다. 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죠.


전국철도노동조합 명의의 선전물이었는데요. 그동안 봐왔던 노동조합의 투쟁적 유인물과 달리 호기심을 자극하는 카피와 만화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두번째 페이지입니다. "경찰이 철도 사장(?) 됐거든요~"라는 카피와 함께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제복을 입고 "제복이 비슷하잖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옆에 기관사 복장을 한 철도 직원이 "그럼 나도 방패 들면 경찰이냐?"라고 응수합니다. 이 역시 기발하고 절묘한 구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는이마다 누구나 피식 웃음을 유발하는 만화였습니다.

같은 페이지 위에는 허준영 사장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전반의 잘못된 측근 인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과 경실련의 정책 설문조사 결과가 그래프로 깔끔하게 실려 있습니다.

3페이지입니다. 역시 낙하산을 타고 공기업 사장으로 내려오는 한 컷짜리 만화와 함께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이전 경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학교 후배이며, 대통령 선거 캠프에 참여한 TK 출신으로 현 정부 측근인 그는 경찰출신으로 공기업 경영이나 철도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으며, 2005년 시위 진압 과정에서 농민 사망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인물이라는 것을 설명해놓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허준영 사장 뿐 아니라, 김해진 철도공사 감사와 이학봉 코레일유통 사장, 이기현 코레일 네트웍스 사장 등도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물들로 철도는 낙하산 천국이라는 걸 폭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4페이지 결론도 멋집니다. '공기업은 국민의 것'이라는 거죠. 그러면서 "시민여러분과 함께 낙하산 코드인사를 막고 국민의 철도, 공공철도를 지켜내겠습니다"라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최종 마무리는 더 멋집니다. "철마는 달리고 싶습니다"는 익숙한 카피 아래에 한국철도의 미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2015년까지 수송분담율을 두 배로 늘리면 21조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매년 14만 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바로 그렇게 때문에 올바른 사람이 사장으로 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아주 강하게 담고 있습니다.

굳이 노동조합의 유인물을 이렇게 소개하는 이유는 제가 지금까지 본 노동조합의 선전물 중 이처럼 간략하면서도 호소력있게 구성된 것을 일찌기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선전물은 화약냄새 나는 구호로 가득합니다. 유인물도 미디어입니다. 앞으로 노동조합이나 사회운동단체에서 만드는 선전물도 이처럼 받아볼 독자를 고려해 쉽고도 명쾌하며 친근하게 제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철도노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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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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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초 2009.04.06 0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져부러 힘내시와요 철도노조원여러분

  2. 명박강티 2009.04.06 07: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체 이해가않간다 그인간 지지하며 두둔하는것들 생각이있는건지.

  3. 양희득 2009.04.06 0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유인물이네요.
    퍼가서 옮겨도 될까요?

  4. 2009.04.06 0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2009.04.06 0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보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잘 만든 선전물이네요...

    얼마전 MBC에서 만든 되도안한 UCC 동영상보다 훨씬 낫네요.

  6. 무비조이 2009.04.06 0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어느 정당을 지지하고..
    그리고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고를 떠나서...

    일반 회사 다니는 분들이 무조건 노조만 나무라는 것을 볼때마다 가끔씩 놀라고는 합니다.

    노조가 물론 무조건 옳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자신이 오너나 자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하에.. 노조가 있다고해서 일반 회사 다니는 분들이 전혀 손해볼것이 없는데 말입니다..

    어차피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면.. 노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지지를 해주어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겠죠. 그리고 사람마다 모두 생각이 다 같을 수는 없겠죠...

    철도노조 유인물은 이번 부산에 내려오면서 봤는데 정말 아이디어 번뜩이게 만들었더군요..

    • 김주완 2009.04.06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보셨군요. 노조 유인물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 더하기 2009.04.06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노조가 다른 또 하나의 권력집단화 한다는데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노조 = 노동자 조합. 그런데 왜 노조원들 임금인상 1~2% 에는 목숨거시는 분들이 다른 노동자=비정규직, 문제에 있어서는 누군가 코를 풀어주길 눈치보지 않나요? 임금인상건 협의하는 성의의 1/2 만이라도 사회문제에 성의를 보이면 아마도... 물론 모든 노조가 그렇다는것은 아닙니다만 이런 문제에는 너무 젊잖으신 노조가 되시니까요^^ 오해는 하지 마세요

  7. 큰생각 2009.04.06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이명박정부의 생각없음에 다시한번 암울하기만하고......
    노조원여러분 힘내시고 /// 반드시 올바른 길로 갈수있도록 기운내십시요....

  8. 향기로운 바람 2009.04.06 1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정적 대응보다는 저변의 다중을 이해 시키는 적절한 표현이군요..

    오만한 이명박 정권이 언제 끝날지.. 암담 하기만 합니다..

  9. 잘봤습니다 2009.04.06 1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에휴 한숨만..
    뭐 비판을 하고 싶어도 잡아갈까봐 입다물어야하는...
    나같은놈이 많으면 대한민국언론은 잡아먹혔겠지만...
    나같지 않은 사람이 그나마 있어서 대한민국은 다시 되살아날수있을것같습니다.

  10. dogfood 2009.04.06 1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네이버 오픈캐스트 <놓치기엔 아까운 뉴스들>을 운영하고 있는 dogfood라고 합니다.
    이 포스트를 제 캐스트에 링크하고 싶은데 괜찮으신지 여쭙고자 합니다.

    http://opencast.naver.com/NW489
    한번 오셔서, 링크해도 괜찮을 만한 곳인지 둘러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1. 장영철 2009.04.08 23: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낙하산을 피할 수 없었다면 적합한 인물이라도 뽑으면 될텐데... 현상을 보는 철학내지는 정체성이 건강하지 못하니 문제지요. 후진성*비생산성의 피해는 국민의 몫으로 남겨지겠죠.대통령 잘못 뽑은 댓가는 무차별로 벌어지고 있는 셈.

  12. 철도노조 조합원 2009.04.09 2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철도노조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 정말 감사드립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