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른바 '○○기념사업회'라는 이름이 붙은 단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관련 글 : 민주주의는 '기념'하는 게 아닙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함세웅 이사장(신부)의 거침없는 칼럼은 좋아합니다.

알다시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법률에 의해 설립된 정부산하기관이지만, 함세웅 이사장은 정부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매월 소식지 <희망세상>을 통해 정권은 물론 반민주·수구세력의 행태를 호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번 4월호 <희망세상>에서 함세웅 신부는 신약성경에서 2000여년 전 당시의 거짓종교인을 질타한 대목을 오늘날의 언론인들에게 적용시켜 이렇게 나무랐습니다.

"신문·방송 언론인들의 글과 주장은 그럴듯하다. 그러니 그들의 문장력과 어휘력은 배워라. 그러나 그들의 언행은 본받지 말아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다. 그들은 일구이언(一口二言)의 대명사이다."(마태오23,3 이하 참조)


"신문·방송 언론인들아,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큰 사실은 감추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자질구레한 내용들이나 크게 보도하여 사람들을 묘하게 속이고 있다."


"신문·방송 언론인들아,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신문·방송 언론자유가 근본적으로 침해되는 일에는 너희가 눈 감고 입 다물고 있고, 오히려 시장잡배만도 못한 모리배(謨利輩)가 되고 있구나."

"남의 눈의 티는 크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도 못하고 있으니, 이 어리석은 자야, 네 눈에서 먼저 들보를 빼내어라."(마태오7,3 이하 참조)


희한하게도 성경 구절에 '신문·방송 언론인'을 넣으니 딱 맞는 말이 되었습니다. 함세웅 신부는 "신문·방송 언론의 잘못을 열거하려면 이제까지 그 신문·방송 언론이 취재하고 편집하고 보도했던 그만큼이나 될 것"이라며 "옛날에 거짓종교인을 식별하던 그 지혜로 오늘날 우리는 거짓 신문·방송 언론을 식별하고 거부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함 신부는 그런 거짓언론에 맞선 참된 언론인의 표상으로 동아투위 기자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쫓겨난 지 34년이라는 세월을 상기시켜 줍니다. 34년이란 세월은 까마득한 신화(神話)처럼 여겼던 일제강점 36년과 대입시켜, "36년은 결코 과거가 아닌 바로 우리의 구체적 삶이며 현실"이라고 깨우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함 신부는 "거짓언론과 싸움, 그것은 사람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인간의 악마적 속성이 뿌리 뽑히지 않는 한 어찌보면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위대하다 함은 거짓언론과 이 악마적 속성 앞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확인하고 불의를 퇴치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싸우는 의인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결코 불의와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입니다.

고희를 바라보는 우리시대의 어른 함세웅 신부가 말하는 오늘날의 '거짓언론'은 과연 어떤 매체, 어떤 기자들을 가리키는 걸까요? 그리고 우리는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그 싸움에 벌써 지치고 포기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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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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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비조이 2009.04.09 1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자기 스스로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나서지 않는 사람들까지
    지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을 보면 이번 MBC사태나 다른 언론사 사태에 대해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어차피 정권이란 영원한것도 그리고 정치인들은 여야를 떠나 언제든지 자기들 편한대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이 있죠.

    지금 MBC에 불어 닥친 사태가 언제 또 다른 정치인들이 나와 또 다른 방식으로 선동해서 다른 언론에 불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금 내일 아니라고 웃고 있다가 다음에 자기일 되었을때 과연 누가 그 사람들 편을 들어줄가요?

    선례를 만들어 놓으면 첫번째가 어렵지 두번째는 무지 쉬워지는 것입니다. 그 길을 언론인들 스스로 열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저도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은 패자가 되어 피 눈물 흘릴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봐왔습니다. 오늘의 승자라고 너무 희희덕 거리면서 웃지 말았으면 합니다.. 일부 언론들 말입니다..

  2. 2009.04.09 16: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60대 시민 2009.04.10 10: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사회정의와 가치가 없는 사회 에서 빛과 소금의 역활을 해주시니 감사 합니다.

  4. 2009.04.13 1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저승사자 2009.05.26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이사람 그냥 싫더라

  6. 아줌마의 힘 2009.06.19 23: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승사자님~물론 사람이 좋고 싫음은 그 사람의 감정에 따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덮어놓고 싫다 하는 것보다 싫어해도 적당한 이유를 갖고 싫어하심이 어떨지요.
    함세웅 신부님은 당신의 해박한 지식과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겸손하시고 온유한 분이십니다. 물론 때때로 부정과 불의 앞에서는 거침없는 일침을 가하는 단호한 분이시기도 합니다. 예수님처럼 말이죠. 그래서 지금의 암흑같은 현실 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분이십니다. 시대의 징표를 향하여 언제나 의인의 길을 앞서 걸으시기를 실천하시는 그런 훌륭한 분이십니다. 관심을 가지시면 분명 그분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