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6일치 11면 사회면에서 ‘일주일새 8명 동반자살……여고생도 포함’이라는 기사를 읽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용’ 때문입니다. 기사 첫 문장에 나오는 낱말입니다.


이렇습니다. “일주일 사이 강원 횡성과 정선에서 연탄불을 이용한 동반자살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 남녀 8명이 숨졌다.” 제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자살이라면 보통은 나쁜 일로 여기는데, 여기에 <이용>이라는 낱말이 어울리나?’였습니다.


이용은 이롭게(利) 쓴다(用)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풀어 쓰자면 “연탄불을 이롭게 쓴 동반자살 사건”이 되는데, 여기서 ‘이롭게’와 ‘자살’이 충돌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행위를 한 사람들 처지에서는 ‘이용’이랄 수 있겠습니다만.


재일 조선인 지식인 서경식처럼 “삶이 가치롭다면 마찬가지 죽음도 가치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죽음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이런 생각을 하는 이도 없지 않은 줄은 압니다.


이를테면, 죽음을 두고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그것도 따져보면 따져볼수록), 그런 면에서 여기 이 사람들의 ‘자살’이라는 선택도 나름대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본다면, 그이들 관점에서는 ‘이용’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편 든다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때는 좀더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이용보다는 (살려서) 잘 쓴다는 활용(活用)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 통념에 비춰볼 때 이용이나 활용은 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자살에 반대합니다. 다른 사람이 자살을 하겠다고 할 때는 모든 일 제쳐두고 말릴 것입니다. 제가 자살을 선택할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용기도 없거니와, 살아서는 삶의 가치 실현을 위해 애쓰고, 죽음의 가치는 나중에 죽어서 실현해도 된다고 여기거든요.)


그렇지 않고 다수 대중의 관점에서 해롭게 썼다고 본다면 해용(害用)이 돼야 할 텐데 사전에는 없는 낱말입니다. 그렇다면 대신할 말로 나쁘게 쓴다는 악용(惡用)이 있는데, 여기에 맞서는 반대말은 좋게 쓴다는 선용(善用)이 될 테니 그런 면에서 좀 헛갈리는 측면이 있는 듯도 합니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연탄은 방구들을 데우거나 먹을거리 만드는 데 쓰려고 만든 물건인데, 그것을 목숨을 끊는 데 썼으니까 잘못 쓴 오용(誤用)이 될 수도 있겠고요, 좀 더 완강한 이는 함부로 쓴 남용(濫用)이라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가치 판단을 어떻게 하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또는 그렇지만, 가치나 관점을 넣지 않는다면 부리고 쓴다는 사용(使用)이 맞겠습니다. 아니면 <한겨레> 이어지는 기사처럼, 행위 자체를 적을 수도 있겠네요. “피워”라고 말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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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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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난한시인 2009.04.18 2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용이나 활용,남용,오용등 그 행위를 하는자의 관점에서 글을쓰는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도둑이 십자드라이버를 '이용'해 어느집 금품을 훔쳤다." 이런 문장이 있다면 도둑의 관점에

    서 볼때는 '이용'이 맞고, 금품을 도난당한 입장에서 보면 글쓰신분이 이용의 대체할 단어로 쓴 말들이

    맞을지도 모르죠, 사회 통념이나 상식적으로 볼때도 '이용' 이란 단어로 왈가왈부할 성질은 안된다고 생

    각합니다 ^^

    • 김훤주 2009.04.19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회 통념을 한 번 따져보자는 얘기를 하는데요, 그런 글을 "사회 통념이나 상식적으로 볼 때도" "왈가왈부할 성질은 안된다고 생각"한다시면 어떻게 하나효???? 하하.

  2. 소자와손다 2009.04.18 2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용'라는 말이 있지않습니까? 이용보다는 적절한 단어의 사용으로 생각 되는데요. 신문에서 그런 정보를 다룰 때 우리말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어를 사용할 때도 단어가 가진 사회적의미를 알고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있으니까요.
    현명하신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토익에 나오거나 토킥에 나오거나 오답으로 골라야 해요...

  3. 가난한시인 2009.04.18 2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용이 가장 적절한거 같네요.. 제가 마지막 부분을 안읽는 실수를했네요 ..ㅠㅠ

  4. 섹시고니 2009.04.19 0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전 적절한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저도 항상 언론 기사나 방송 언어의 부적절성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진짜 큰 문제는 이런 단어의 부적절한 사용부분이라기 보다는 그 부적절성의 심각성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 김훤주 2009.04.19 0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옳습니다. 저도 한 표. 이런 차이지요. 요즘 들어 더욱 심각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누가 시위 집회를 하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는" 이렇게 나갑니다. 노무현 시절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을 규탄하는" 이렇게 나갔습니다.

      여기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시위 집회하는 주체들의 '프레임'이 기사에 그대로 담겨 버린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실정'이 전제돼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이들이 하는 바는 '실정'이라고 규정하고 규탄하는 정도, 이를테면 주장일 뿐인데 이것이 기사에는 버젓이 사실로 취급이 돼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사를 제대로 쓰려면, "이명박 정부가 실정을 했다고 규탄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실정을 했다고 주장하는" 이런 식으로 나가야 맞습니다. 이것과 앞엣것 사이에는 서로 오갈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리고, 그러나, 이런 지적은 대체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지요. "관성은, 힘이 세다"고나 해야 할까.

  5. 연탄불로 동반자살한이... 2009.04.19 08: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괜찮지 않을까요? 혹은 연탄가스로 동반자살한... 정도는요? 물론 자살 관련 기사가 그리 기분내키는 소식은 아니지만요

  6. 머저리 2009.04.19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용이든 사용이든 머가 그리 중요하나요..!?
    단어 하나에 집착하기 보단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가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달을 가르키는데 왜 자꾸 손가락을 보냐고...어리석은 중생들...쩝
    도대체 왜 서로 죽으려고 발버둥을 치는지에 대해서나 좀 생각해보는게
    여러 면에서 유익하다 생각하는 사람의 딴지입니다.

  7. 다순이 2009.04.19 14: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의 머저리 씨에게
    단어 하나라도 올바르게 쓰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지요.
    말에 혼란이 일어나면 그것이 세상의 혼란으로 이어지지요.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머저리 씨가 달을 가르키는데 손가락만 보는 것 같군요.
    글 쓴 사람은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은 안타까움이고, 그것을 전하는 말은 말대로 바르게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어느 것이 손가락이고 어느 것이 달일까요.

  8. 바람이려오 2009.07.06 15: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용이든 사용이든 그게중요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