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9일) 아침 아파트 베란다의 화초에 물을 주고 있으니, 중2 아들녀석이 이렇게 묻더군요.

"아버지는 왜 그렇게 식물을 좋아해요?"

순간 답이 궁했습니다. 뭐하고 답하는 게 좋을까? 잠시 궁리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냥 좋지 않냐?"

아들녀석에겐 제가 식물을 아끼는 것으로 보인 모양이지만, 사실 저도 겨울 동안에는 거의 방치하다시피 해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겨우내 말라 죽은 것처럼 있던 것들이 봄이 되자 하나씩 새싹을 틔워 올리는 걸 보고 반가운 마음에 요즘 다시 베란다에 나가 놀기를 즐깁니다.

얼마 전 그런 반가운 마음을 담아 '활짝 핀 꽃보다 꽃망울이 더 설렌다'는 포스트를 올리기도 했는데요. 당시 포스트에 실비단안개 님과 구르다보면 님이 꽃 이름에 대해 조언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처음 꽃망울을 맺은 귤(천혜향)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포스트에 이어지는 사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특히 그 때 올린 꽃망울 중 귤(천혜향)은 어떤 꽃을 피울지, 어떤 향이 날 지가 궁금했었는데요. 마침내 귤꽃이 망울을 터뜨렸습니다.

우선 자태부터 한 번 보시지요.


이렇게 슬슬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다음날 아침 나가보니 이렇게 활짝 꽃잎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아름답지 않나요? 그리고 신기하지 않나요? 꽃망울로만 있을 땐 마치 껍질을 벗긴 귤의 속살같은 모습이더니, 피우고 나니 작은 치자꽃 같은 꽃잎에 이런 꽃술과 함께 가운데에 아주 작은 귤 같은 게 돌출되어 있었습니다.

향기는 과연 어떨까요? 과연 귤 향기가 날까요? 귤 향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향이 아주 짙었습니다. 마치 진한 자스민과 비슷한 향이었습니다. 현기증이 날 정도더군요.

이렇게 아파트 베란다라는 좋지 않은 환경이지만, 꽃을 피워준 귤나무에게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게 열매로까지 성장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종종 수정이 되지 않아 꽃만 피우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더군요.

아래는 실비단안개 님과 구르다보면 님의 추측대로 쥐똥나무가 맞는가 봅니다. 꽃망울을 터뜨린 자태가 식물도감의 쥐똥나무와 거의 똑같은 걸 보면 말입니다.


그리고 역시 실비단안개 님과 구르다보면 님이 알려주신 이질풀 꽃과, 덤으로 꽃을 피운 작약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수줍고도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뜨린 그들이 대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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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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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미예 2009.04.19 12: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는 13년째 아파트 베란다에 귤나무를 키우고 있습니다. 물론 가을되면 귤수확도 합니다.
    귤꽃은 향기가 참 좋습니다. 물론, 귤향기는 아니지요.

    저희 아파트 베란다엔 진기하고 신기한 식물들이 참 많아요.
    그러다보니 신문과 방송에 여러번 나간적이 있습니다.
    요즘엔 그래서 블로그에 소개를 안하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사 촬영팀이 들이닥치면 참 할일이 많더군요.

    잘지내고 있습니까.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 김주완 2009.04.19 1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그렇군요. 저는 유실수를 처음 길러 봅니다. 과연 귤을 수확할 수 있을 지 설레고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ㅋㅋ...그렇겠네요. 저희 집은 절대불가입니다. 다음주에 뵐께요.

  2. 김현수 2009.04.19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선물로 받은 귤나무 한그루가 있습니다. 다른 나무들 처럼 봄부터 가을까지는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겨울에는 이주에 한번 정도 물을 주고 있는데 이 귤나무 잎이 마르면서 노랗게 되는 것입니다. 귤나무는 물주기를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한데 답글좀 달아주시면 고맙겟습니다.

  3. 실비단안개 2009.04.19 20: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귤꽃을 보며, 치자꽃 향기가 날 것 같다 - 라는 생각을 했는데, 기자님은 치자꽃의 모습을 보셨군요.^^
    저는 어제 탱자꽃을 담았습니다.
    모두 포스팅은 않지만, 수시로 여러 식물들을 담습니다.
    맞다, 지금은 이 꽃이 피지 - 하면서요.

    쥐똥나무꽃 맞고요 - 이질풀이요, 꽃은 맞는데, 잎이 보통 만나는 이질풀과 다른데요, 여러 종류가 있으니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 SOS -구르다- 님 -

    여기는 목단은 피었습니다만, 아직 작약은 만나지를 못했습니다.

    베란다에서 이 정도 꽃을 피웠다면 대단하셔요.
    수고에 감사드리고요, 이제 열매를 기다리겠습니다.^^

    • 김주완 2009.04.19 2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고맙습니다. 저희 고향 남해엔 치자꽃이 유난히 많았죠. 치자꽃향기 정말 좋은데, 말입니다.
      저는 찔레꽃과 치자꽃 향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고맙습니다.

  4. 김주완 2013.03.30 15: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이질풀이 아니라 풍로초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