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김해 봉하 마을이 떠들썩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때문이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을 비롯해 여러 가까운 사람들이 박 회장에게서 돈 받은 사실이 검찰에 확인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온통 봉하 마을로 쏠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봉하 마을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더군요. 하하.
전국 각지에서 찾아든 신문·방송의 기자들도, 사진 기자들도 노 전 대통령이라면 그림자라도 담으려고 하지만 봉하 마을 배후에는 관심이 없고, 기사 쓰는 취재 기자도 사람 움직임에는 엉덩이를 들썩이지만 배후에 대해서는 아무도 챙겨보지 않습니다.

발길 끊이지 않는 관광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한창 공사 중이라 가림막을 높이 쳐 놓은 사저 울타리라도 한 번 보고 싶어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몸소 가꾸려 했던 배후에는 발길은커녕 눈길조차 던지지 않습니다. 노 전 대통령을 감싸는 펼침막은 달지언정, 배후를 보살피자는 주장은 입에도 달지 않는답니다.

낙동강 본류 제방에 핀 메꽃.

덕분(?)에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사람도 그렇고 마을도 그렇습니다. 배후에 가면, 들뜨거나 어수선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봉하 마을의 배후는 바로 노 전 대통령 사저 바로 뒤편 김해 한림면 면소재지에 있는 화포천이 낙동강과 만나 몸을 섞는 모정리 합수(合水) 지점이랍니다.

20일 아침, 먹구름이 잔뜩 덮인 하늘에서 빗줄기가 흩뿌리는 가운데 길을 나섰습니다. 창원 동읍과 김해 진영을 지난 다음, 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봉하 마을을 오른쪽 뒤에 떨구고 시산 들판을 가로질러 한 시간만에 화포천에 닿았습니다.

비가 내리거나 말거나,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돈을 받았거나 말았거나 화포천은 예전 모습 그대로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사람사는 마을이 있고 철길이 지나가고 있고 도로 공사 등이 한창 벌어지고 있어 둘레는 '어수선'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비 뿌리는 바람 소리와 물고기 자맥질 소리뿐, 고즈넉한 분위기가 사람을 맞습니다.

화포천 한가운데 옛날에 쓰레기 매립장으로 쓰다가 지금은 운동장으로 변신한 장소에 먼저 갔습니다. 잔디를 깔아놓고 아직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입을 차단하고 있었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여기 이 운동장만큼 습지가 사라진 셈이지요. 습지 생태계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졌기에, 이제는 이런 일이 또 생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화포천을 따라, 둘러싼 제방을 따라 나 있는 길을 한참 어슬렁거렸습니다. 옷이 얇았는지 소름이 오소소 돋았습니다. 왕버들을 비롯한 나무들은 죄다 연둣빛 새잎을 밀어올렸고, 깊숙한 안쪽 경작지에는 보리나 밀은 새싹이 푸릅니다. 들판을 비롯해 먹을거리가 많은데도 새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날씨 탓인지 사람들 발길도 끊어졌습니다.
 
제가 둘러보는 마지막은 언제나 합수 지점입니다. 한림면 소재지를 뒤에 남겨 두고 제방 아래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2km 남짓 자동차를 달려가면 됩니다. 낙동강에 화포천이 포개지는 한림 배수장 앞입니다. 길 끄트머리에서 모정 마을을 가로질렀고, 모정비각(慕禎碑閣)도 지나쳤답니다.

비각에는 '贈吏曺判書海隱盧公之遺墟(증이조판서해은노공지유허)'라 적혀 있습니다. '海隱'이라면 바다에 숨는다는 말인데, 지금도 훨씬 위쪽 창녕 남지까지도 바닷물 영향이 미쳐 봄철에는 바다에 주로 사는 물고기 웅어가 잡힌다니 여기서도 충분히  '海隱'을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자리 또한 잘 잡아서 여기 바라보는 눈맛이 아주 시원하답니다. 하하.

알려진대로, 습지는 사람에게 여러 좋은 영향을 미치지요. 너무 뻔한 얘기지만, 오염 정화를 대표적인 기능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눈에 딱 보이는 효과도 있지만 심리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냅니다. 지나치게 많고 복잡한 갖가지 정보에 시달려 마음이 어지럽거나, 세상살이에 매달리느라 신경이 갈가리 흩어졌을 때 이런 습지를 찾으면 '효험'을 볼 수 있습지요.


낙동강과 화포천이 맞물리면서 더욱 풍성해지는 풍경을 보면서, 그런 풍경 둘레에서 꽃을 피우고 잎을 틔우는 풀과 나무를 보면서, 물 속 물고기를 노리고 갈퀴를 놀려 헤엄치는 오리 떼를 보면서, 풍경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 스르르 풍경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30분이나 한 시간가량 몸담았다가 나오면 마음도 추슬러지고 신경도 차분해집니다. 진짭니다.

노 전 대통령 때문에 심사가 어지러운 사람들, 노 전 대통령 취재하느라 삭신이 고달픈 기자들, 봉하 마을에 들르거든 그 배후 화포천에도 발길과 눈길을 한 번 돌려보시기를! 그리고는 여기 이 '합수 지점'에 가서 풍경 속으로 스르르 들어가 스스로 풍경이 한 번 되어 보시라.

김훤주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발목잡는 권경석 의원 규탄집회

일시 : 2009년 4월 25일(토) 오후 3시
장소 : 창원시 명곡동 한나라당 경남도당 및 권경석 의원 사무실 앞

토론회 '한나라당의 과거사 진상규명 발목잡기 시도와 지역사회의 역할'

일시 : 2009년 4월 25일(토) 오후 5시
장소 : 창원시 상남동 민주노총 경남본부 회의실(경창상가 맞은편)
발제 및 토론자 : 허상수(진실과정의 포럼), 이창수(새사회연대 대표), 심규상(오마이뉴스기자), 최승호(경산신문 대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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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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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괴나리봇짐 2009.04.23 1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습한 날 비좁고 무덥고 꽉막힌 버스칸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창문을 확 열어젖힌 듯한 시원한 글이네요. 형(이렇게 불러도 되죠? 동기니 선배라 부르기는 뭣하고..^^) 덕분에 허허스런 여유를 느끼고 갑니다요.

    • 김훤주 2009.04.23 1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지요. 고맙지요. 그러고 볼펜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나도 우리 딸도 아들도 여러 차례 읽었거든. 그것도 눈물까지 쏟아가면서. 김주완 선배도 빌려가 읽었어요. 하하.

  2. 따뜻한 카리스마 2009.04.24 08: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들 머리가 복잡하고 혼란스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저 변치 않고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자연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3. 김민옥 2009.04.24 12: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봉하 마을에 배후에는.....
    노무현전대통령님에 대한 열등감이 있을 뿐이다.
    앞으로 나아가는데..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그 열등감 덩어리들이
    우리 사회에 앞장서서 있다는 현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4. 1 2009.04.24 1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중잣대

  5. 음.. 2009.04.24 14: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라고 할까 요즘 현실은

    똥 묻은 개를 나무라던 개에게서 겨가 묻어있는 것을 발견되고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보고 욕하면서 물어죽이려는 장면을 보는 듯하네요.

  6. 김소연 2009.04.25 15: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똥싼 놈이 방귀 뀐 놈보고 "더럽다" 고 하는 격...

  7. gggg 2009.04.26 0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우리나라 명소가 그리 없든가?개 코 같은 소리 하고있네

  8. 박상형 2009.05.01 05: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똥이 날까? 닭똥이 날까? 모두 걸음하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