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성 기자의 '사이비기자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글을 보면서, 예전에 내가 정리해본 사이비기자 감별법이 생각났다. 사이비 언론과 사이비 기자에 시달리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알아두면 좋을 법도 하다. 

"무더운 여름날 짙은 색 양복을 입고 넥타이까지 맨 채 취재를 온 기자는 일단 '사이비'임을 의심하라."

기자초년병 시절 어느 기업체 홍보실에서 펴낸 홍보매뉴얼을 본 적이 있다. 위의 글은 거기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물론 여름에 양복 입은 기자가 모두 사이비는 아니다. 다만 사이비일수록 권위와 격식을 많이 따지고 유달리 폼을 잡는다는 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최근 기자실이 폐쇄되고 대부분 개방형 기자회견실(브리핑룸)로 바뀌면서 일선 기자들 사이에서 사이비기자의 창궐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요즘 브리핑룸에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매체의 기자를 자칭하는 낯선 얼굴들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새로 나타난 사람들 역시 모두 사이비기자는 아닐 것이다.

언론전문지 <미디어오늘>은 사이비기자를 △권력과 금력에 결탁한 자 △언론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자 △촌지와 향응을 탐닉하는 자 △편파·왜곡보도를 일삼는 자 △진실·정의·양심에 위배된 기사를 작성하는 자(2001월 5월24일자 사설)로 정의한 바 있다.

따라서 소속 매체와 관계없이 개인의 행실에 따라 누구든 사이비기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사이비 '언론'에만 사이비 '기자'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연예기획사로부터 돈 또는 성상납을 받은 혐의로 구속·입건된 신문·방송사의 기자나 PD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림 권범철.

물론 언론사주 또는 경영진이 사이비짓을 한 혐의로 구속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경우 대개 해당언론사 자체를 '사이비언론'으로 본다. 구속된 사주의 혐의가 기자들에게 사이비짓을 강요한 경우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이처럼 검찰이나 법원에 의해 판별된 경우가 아닐 경우 사이비를 가려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론의 성격 자체가 애매모호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공익을 추구하고 독자나 시민의 감시를 받는다는 점에서 보면 공공기관이지만, 기업으로서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점에서는 사기업과 다름없는 이중적 성격이 그것이다. 따라서 기자가 주변의 지인들에게 구독을 권유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것마저 사이비로 매도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면 사이비언론이나 사이비기자를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약 20년간 신문밥을 먹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 감별법을 소개한다.

우선 사이비신문에는 기자의 이름이나 출처가 없는 기사가 유달리 많다. 요즘 제대로 된 신문은 기사실명제가 완전히 정착돼 있다. 출처불명의 기사가 많다는 건 무단도용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는 증거다. 또한 사진도 출처불명이 많다. 그런 사진은 대개 화질도 좋지 않다. 인터넷이나 남의 매체에서 역시 무단으로 훔쳐 썼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재단이나 한국기자협회·한국언론학회·미디어오늘·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홈페이지에 이름이 없거나 링크가 돼 있지 않은 언론사도 일단 의심해 볼 일이다. 특히 사이비언론사에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또한 그런 회사는 기자윤리강령도 없다.

임금체불이 잦은 회사도 사이비성이 짙다. 기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지출되어야 할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회사이다.

신문 한부당 가격과 구독료는 책정돼 있지만 대부분 무료로 배포되는 신문이 있다면 그것도 사이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신문사는 지사·지국 등 판매망도 제대로 구축이 안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된다. 구독신청도 하지 않은 신문이 계속 들어온다면 그것도 의심의 대상이다.

회사가 발급한 기자증(사원증)에 70년대 프레스카드(보도증)나 정보기관의 신분증처럼 빨간줄이 사선으로 그어져 있고 '보도'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있는 경우도 사이비언론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 신분증에 '문화체육관광부'라는 글자와 등록번호 등을 눈에 띄게 인쇄하여 마치 정부에서 발급한 것처럼 보인다면 더 이상하다. 요즘은 정부에서 보도증을 발급하지 않는다.

사이비일수록 '보도' 또는 'PRESS'라는 글씨가 크게 적힌 완장이나 비표같은 걸 눈에 띄게 갖고 다니기도 한다. 심지어 교통경찰이나 쓰는 경광봉이나 경광등을 갖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이 차의 주인이 사이비인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대개 사이비기자는 이런 걸 표나게 갖고 다닌다.


신문에 독자란이 없거나, 있더라도 특정직업(요즘 같으면 경찰관)을 가진 사람의 글만 계속 나오는 경우도 좀 이상하다. 독자들이 거의 없는 신문은 자발적인 독자투고도 없기 때문이다.

기자가 본업인 취재는 제쳐두고 사교에만 열중인 경우도 그렇다. 더구나 취재는 아예 제쳐놓고 광고영업에만 매달리는 경우라면 영락없다. 진짜 기자들은 엄청나게 바쁘다. 사이비기자는 신문에 자신의 이름을 단 기사가 거의 나오지 않거나, 간혹 나오더라도 관공서나 기업의 홍보자료를 베낀 기사만 나온다.

또한 그런 홍보기사가 나오면 해당기관 또는 기업체의 간부를 반드시 찾아가거나 전화를 해 생색을 낸다. 기사는 쓰지 않으면서 약점을 잡아 은근히 겁을 주는 것도 전형적인 사이비의 유형이다.

사이비는 또 자기가 쓴 기사를 '특종'이라고 자랑하고, 취재원과 논쟁을 통해 자신의 지식과 힘을 과시한다. 취재원과 불필요한 논쟁을 금하는 취재수칙 1장을 모르기 때문이다. 진짜 기자는 설사 '특종'을 했다 하더라도 '독종(獨種)'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한다.

명함에 기자 직책 외에 겸업하고 있는 다른 직책이 나오는 것도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된 언론사라면 기자의 겸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더구나 명함까지 그렇다면 기자의 힘을 개인사업에 이용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기자가 각종 영리단체나 이익단체·관변단체 등의 간부를 겸임하고 있는 것도 경계의 대상이다.

사이비기자들은 또 취재를 하면서도 소속 회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기자실에서 왔다"고 하거나, 전화를 하면서도 "여기 ○○경찰서 기자실인데요"라고 말한다. 그들은 취재목적이 아닌 사적인 일을 처리할 때도 반드시 기자신분을 밝히는 게 특징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 중 서너건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신문사의 규모나 영향력의 차이에 따라 사이비의 기준을 정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옥천신문>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지역의 작은 신문에 불과하지만, 서울의 그 어떤 거대언론보다 정론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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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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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우제 2009.04.28 14: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경험에 비추어 덧붙이자면,

    한국기자협회에서 나온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면 사이비일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그 수첩과 다이어리는 너무 불편하거든요.

    한국PD협회 수첩 들고 다니는 사람도 99.99% 사이비라고 보면 됩니다. 저는 토론토에서도 봤습니다. KBS PD 출신이라고 사칭하면서 초록색 PD수첩 들고다니는 사람...

    • 김주완 2009.04.28 15: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주재기자들은 기자협회 마크가 찍힌 취재수첩이나 노트를 왜 그리 좋아하는지...

  2. 2009.04.28 2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수고많으십니다 2009.04.29 05: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고 멀쩡한 가슴 절제라고 오보를 낸 경우에도 해당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검증을 전혀 하지 않고 기사를 내보낸 것은 물론
    후속 보도 역시 의사들끼리 서로 싸운다면서 소설을 썼기 때문에
    편파,왜곡보도를 반복했다고 봐야할 거 같습니다.

    2) 또한 멀쩡한 가슴을 절제한 황당한 의료 사고라며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진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내 최고 s병원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는 멀쩡한 가슴인데
    절제했다며 기자가 아무런 검증도 없이 상대방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어서
    그대로 기사 내보낸 사건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암이 될 가능성이 높은 종양이 있어 절제한 거였죠.
    법원에서도 s병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판정까지 해 줬죠.

    심지어 기자는 의사들끼리 서로 책임이 없다며 싸운다고
    소설까지 써 댔습니다.

    그리고 어떤 신문사는 광고 계약을 끊자 반복해서 그 기업을 비방하는 기사를
    계속 내보내서 결국에는 광고를 다시 따내는 신문사도 있더군요.

    이런 악의적인 보도를 하는 기자는 사이비 기자입니까? 아닙니까?

  4. 수고많으십니다 2009.04.29 05: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연 아래와 같은 기자들이 사이비 기자로 분류되는지 이노성 기자님
    블로그에 궁금증을 남겼었는데
    미디어 오늘의 기준으로 보면 전부 사이비 기자였네요

    사이비 기자의 정의가 뭔지가 궁금합니다.
    실제 기자든 아니든 간에 돈을 요구하면서 공갈 혐의를 하는 경우는
    사이비 기자가 맞겠지요.

    그럼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사이비 기자인지 아닌지 판정 좀 해주시길 바랍니다.

    1) 여학생이 골절수술을 받다 죽었다며 의료사고가 났는데 병원에서 시체훔쳐
    간다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진 일이 있었죠.
    병원 과실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만들기
    위해 거짓 기사를 반복해서 내보낸 사건 말입니다.

    그 때 자칭 기자라고 한 사람은 가공의 의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인공심폐기를 다는 경우는 없다고 의사가 말해줬다는데
    '뉴하트' 드라마에서 수술후 병원장에게도 인공심폐기를 달았듯이
    인공심폐기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다는 게 맞고
    조금의 의학지식만 있어도 다 아는 것인데
    가공의 의사를 이용해 거짓말을 했죠

    또한 o병원에서 s병원 진단이 틀렸다며, 종양이 아니라 물이 찬 거라고
    말했다며 기사를 내보냈는데
    타기자들이 취재간 결과, o병원 의사는 x-ray만 찍어서는 물이 찬 건지, 종양인지
    뭔지 알 수 없으니 검사를 더 해 보자고 했고, 그 뒤에 오지 않고 s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더 해서 종양인지 밝혀낸 건데,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기사로 내보낼 수
    있냐고 하자 취재 나갔던 기자들이 침묵을 해 버렸습니다.

    돈을 받았는 지는 확인이 안 됐지만 고의적으로 거짓 기사를 쓴 기자,
    그리고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한 기자 이들은 그냥 비양심 기자입니까?

    또한 병원에서 사람 죽였다고 경찰에 신고해 놓고, 정작 사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에 들어가려고 하자, 부검을 하면 병원 과실이 아닌 걸로 밝혀질 수 있다며
    그냥 시체를 썩히며 시위를 했었는데, 검찰에서 결국에는 법원에
    압수영장을 받아가지고 왔죠. 시체가 썩으면 누구 과실인지 밝힐 수가 없는데

    이걸 가지고, 보호자가 동의를 안 하면 부검은 못 하는 것이 합법적이라며
    어이없는 글을 쓰더군요. 그럼 살인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나도 보호자가 거부하면 부검을 못하고
    누가 죽였는지 안 밝히는 나라가 있습니까?

    용산 참사같이 보호자가 참관하지 않은 상태로 부검을 하면 문제겠지만,
    사인을 못 밝히게 시체를 썩히는 불법 행위마저 원래 합법적인 것 마냥
    거짓말을 하더군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주완 2009.04.29 1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기자들도 실수로 오보를 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오보임이 밝혀지면 깨끗이 인정하고 정정하는 자세가 중요하죠.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거나 명예훼손 등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십시오.
      만일 돈을 요구하며 악의적인 보도를 계속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5. 범털 2009.04.29 1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돌아가는 것들. 눈감고, 귀막고, 왜곡하는 기자들이 사이비 기자들이겠지요.
    불행하게도 그런 인간들이 가장 많은 언론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언론사 들이니...
    세상이 정상은 아니네요...헐.

    또있죠.
    조직의 테두리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관료기자, 샐리리맨기자 들도 사이비에 가깝죠.

  6. 범털 2009.04.29 13: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그리고 블로그 시작했삼.
    놀러오세욧! http://pposirak.tistory.com/

  7. YEPD 2009.05.01 1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사실명제, 한국언론재단 링크, 기자윤리강령, 임금지급, 기자증, 독자투고란, .. 위에서 말씀하신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데도 불구하고 사이비라고 느껴지는 기자들은 뭐죠 ㅡㅡ 불의앞에 입다무는 무수한 일간지 기자들은 어쩔건데요.
    체포될 위험을 무릅쓰고(세상에 21세기에 피디를 잡아가는 대한민국검찰.. 좀 짱인듯) 소신있는 의견을 내는건 바라지도 않아요 그냥 말도 안되는 소리라도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사회에 큰 일이 있을 때 개념기자와 사이비기자가 구분이 되는거라구요.

    전 기자가 싫어요. 칫.



    참고로 전 PD입니다. 풉~

  8. 청학골 2012.02.23 2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챙이시절 지나 출입처가 올라가 신분상승 싯점 촌지와 무관한 기자나리 과연 얼마나 될까 참 가당치도 않습네다
    어쩌면 PD들이 성스럽기까지 합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