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합니다. 제가 그걸 어제 절절하게 실감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경남 마산시입니다. 같은 경남 거창군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참여하고 있는 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 수련회가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 삼봉산귀농학교에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산과 거창이 같은 경남이라 만만하게 생각했습니다. 차편도 자주 있을 거라 생각했죠. 어차피 저녁 모임이라 5시에 마산서 출발했습니다. 넉넉잡아 2시간 30분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봤습니다.

같은 경남이라 만만하게 봤더니…

그러나 그건 엄청난 오산이었습니다. 우선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창으로 바로 가는 직행버스가 이미 오후 4시10분을 마지막으로 끊기고 없었습니다.

그래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서북부경남의 중심도시인 진주에 가면 거창 가는 버스는 자주 있을 거라 생각했죠.

진주까진 딱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후 6시 10분이었습니다. 어! 그런데, 진주서 거창가는 버스를 타려니 약 4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더 빨리 가려고 우선 함양군 수동면까지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함양군 수동면 간이 시외버스정류소.


수동에 도착하자 이미 저녁 7시 10분이었습니다. 거기서 거창 가는 차시간을 알아보니 7시 45분에 있다는 겁니다. 할 수 없이 기다렸죠.


거기서 거창읍까지 또 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미 8시 10분이 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창읍에서 고제면까지 가는 버스는 이미 끊어져버리고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로도 상당히 먼 거리였습니다. 거의 20분이 넘게 걸리더군요. 요금도 엄청 나왔습니다. 2만 5000원을 택시비로 지불했습니다.

목적지인 삼봉산귀농학교에 도착하니 거의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약 4시간 가까이 걸린 셈이죠. 버스를 세 번 타고, 택시를 한 번 타야 도착할 수 있었던 겁니다.

다음 지도검색.


마산서 서울 가는데 KTX를 타면 3시간 30분이 걸립니다. 그런데, 같은 경남 안에서 그것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참고로 마산에서 거창의 도로상 거리는 약 140km, 서울까지는 353km였습니다. 직선거리는 그것보다 훨씬 차이가 날 겁니다.

버스요금도 오히려 서울이 싸다

비용도 버금갈 정도로 나갔습니다.  마산에서 진주까지 4200원, 함양까지 6000원, 함양에서 거창까지 또 몇 천원(정확한 기억이 안남) 들었고, 택시비까지 포함해 대략 4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마산-서울 KTX는 5만 원 정도 합니다. 그런데 고속버스를 타면 훨신 적게 듭니다. 일반 버스는 1만 7000원, 심야우등은 2만 8000원이니까 오히려 서울이 싸게 먹히는 셈이죠. 물론 버스를 타면 마산-서울간에도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립니다.


저는 같은 경남에서 이동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물론 돌아올 땐 직통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경북 고령과 현풍을 거쳐 두 시간만에 오더군요. 요금은 1만 2000원이었습니다. 서울-마산의 일반버스가 1만 7000원이니 이 또한 5000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제 불찰도 있습니다. 미리 버스시간을 체크하지 못한 게 잘못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모든 길과 교통편은 서울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몇 년 전 마산에서 경북 문경시의 석달동 민간인학살터에 찾아갈 때도 서울보다 훨씬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서울중심적이고 서울집중적인 생활환경을 갖고 있는지를 정말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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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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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9 20: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려운 문제죠. 모든 도로는 대도시위주로 짜여져있지만 중소도시나 시골에도 사람은 살고 있고..

    수익이 안나니 버스편은 자꾸 줄이고.. 역시 이런 부분은 공익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되는데...

    아직도 그넘에 신자유주의에 미쳐돌아가니 그럴리도 없고.. 사는게 불편하니 대도시 특히 서울로 자꾸 몰려가고..

  2. snowall 2009.05.09 21: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일산에서 중앙대까지 통학했는데, 정확히 1시간 40분 걸립니다. 천안에서 KTX로 통학하는 과 동기가 2시간 조금 안 걸린다는 소리를 듣고 좌절했던 기억이 나는군요...-_-;
    교통비는 달라도 시간은 같은...

  3. 국민한대 2009.05.09 2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이 문제가 아니라
    지방의 대중교통문제가 아닐까요?
    합성동에서 4시에 버스가 끈긴것부터가 문제로 보이는데요..
    그리고 거창쪽은 오히려 대구쪽에서 버스가 많을꺼같은데..
    잦은 환승으로 요금부담도 자연히 커지게되고..

    우리나라가 너무 서울.수도권 중심의 발전만 하고있다는데는 공감하지만..
    이번경우는
    김주완님의 시행착오도 한몫하신거같아요^^

  4. L.F.L 2009.05.10 0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버스비 같은것은 서울은 메이져다 보니, 버스에 사람이 많아타서 그만큼 본전을 뽑지만,,,
    위 케이스는 마이너 이다 보니 본전을 뽑기가 힘드니 비싼듯 합니다.

    개인적으론 이런 마이너 노선에는 콤비버스, 승합차 (읍면노선/ 마을버스 같은경우엔 있더군요) 같은것으로 운행하는게 좋겠다고 봅니다만...

    P.S 지방에선 시내/인접도시 간은 몰라도, 시간 이동할때에는 차가 필수더군요.

  5. 촌사람 2009.05.10 1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건 서울 vs 지방 문제라기보다는 대중교통문제인듯 한데요.
    수요가 부족한 곳에 배차를 많이 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듯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최소한 시간 정보는 미리 검색하는게 먼저이지 배차 시간 정보없이 무조건 배차시간이 길더라 서울 가는 교통편은 많은데 라는건 투정이 아닌가 합니다.

  6. tanity 2009.05.10 12: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투정은 아니겠죠. 일정한 수의 포스트를 지속적으로 업로드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충분히 감안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