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오늘 > '이여영의 사람찾기'라는 코너에 저에 대한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 답변에 덧붙여 이여영 기자가 너무 심하게 띄우는 바람에 민망할 정도로 쑥스럽네요.

※미디어오늘 "대중매체 파워 믿고 행세하던 기자들 시대는 지났다"
※이여영 블로그 [인터뷰]"블로그로 퍼스널 미디어의 미래를 실험한다"

그렇지만, 블로그의 기능 중 기록의 의미도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여영 기자의 질문에 제가 답변한 내용을 여기 올려둡니다.

이렇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나, 동료 또는 후배 기자들에게 하고픈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 미디어오늘 >과 이여영 기자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저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면, 맨 마지막 이야기는 기자 또는 기자를 준비하는 후배들이 꼭 읽어줬으면 합니다.

"그 땐 왜 노무현 쪽 사람들을 인터뷰하지 않았을까?"

1.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문에 많이 바쁘시지요? 봉하에 직접가서 취재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곳에서 느낀 점 중 기사에 다 표현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까? 혹은 우리 언론들이 다룬 것들 중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요?

봉하마을 사람들과 노사모 회원들은 조중동과 KBS 외에도 모든 언론에 극도의 거부감을 나타냈습니다. 경남도민일보나 한겨레, 경향도 쫓겨나지만 않았을 뿐이지 환대받진 못했습니다. 모두들 검찰 발표에 대한 '받아쓰기 보도'에 급급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사모 대표와 간부들은 모든 언론과 일체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블로거 입장에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것도 거부당했습니다.


왜 이런 비극이 생기기 전에는 노사모나 봉하마을 주민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측에 있는 법조인들을 인터뷰하지 않았을까요? 왜 그들을 통해 최소한의 반론권이라도 보장하지 못했을까요?

제가 단지 정치부나 사회부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자괴감을 이번 봉하마을 취재과정에서 많이 느꼈습니다.

2.  지역에서 본 세상이라는 블로그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어떤 취지에서 언제 시작하셨고, 블로그를 하시면서 일어난 해프닝이라던가, 즐거웠던 일, 불쾌했던 일 등을 알고 싶습니다.

2008년 2월부터 본격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블로그를 1인미디어라고들 하는데, 과연 이에 미디어가 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에만 갇혀 있을 땐 몰랐는데, 네이버를 벗어나니 새로운 미디어의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동료기자인 김훤주 씨와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그 효용성을 알고 난 뒤에는 순전히 즐겁고 재미있어서 블로그를 합니다. (저는 내키지 않거나, 재미 없는 일을 억지로 하는 걸 제일 싫어합니다. 성질이 좀 더럽죠.)

블로그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제가 비판했던 어느 기업체 간부로부터 협박을 받기도 했고, 지방자치단체의 항의나 압력을 받기도 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악플도 오히려 제 글을 읽은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즐기는 편입니다.

다만 우리 회사 내 선후배들 중에서 저희가 블로그에 노력을 쏟는 걸 별로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아 좀 부담스럽긴 합니다.

2-1. 경남도민일보에 기고하는 기사와 블로그에 올리는 포스팅, 둘 중 어디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시나요? 블로그를 하는 것이 기자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지금 뉴미디어부에 속해 있습니다. 취재가 주업무는 아닌 부서죠. 다만 매주 1개 면을 제가 기획하고 취재한 기사로 채워야 하는 게 있고, 또 1개 면을 부서원들과 함께 '미디어면'으로 제작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월 1회 정도 신문에 칼럼을 씁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글쓰기 욕구를 채우기 모자라 그때그때 쓰고싶은 글을 블로그에 씁니다.

블로그 때문에 회사 일을 소홀히 하게 되면 회사에서 찍히거나 욕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두어 시간 일찍 출근하고, 정해진 퇴근시간보다 역시 두어 시간 늦게 퇴근합니다. 또한 주5일제로 쉬게 되는 금·토요일도 거의 쉬지 않고 일합니다. 제 블로그에 금·토요일 포스트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봉하마을 취재의 경우에도 매주 월요일자에 1개 면을 써야 하는 기사 때문에 간 것이지만, 지면에 쓰지 못한 것은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괜히 구설수가 나올까봐 출장비도 청구하지 않습니다. 몸은 좀 피곤하고 돈도 깨지지만, 그냥 마음이 끌려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3. 블로그를 통해 몇번의 특종을 하신 걸로 알고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었는지요?

퇴근길에 숨진 스물 여섯살 여성의 짧은 삶을 이야기식으로 구성한 기사와 현 정권과 불교계의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창원의 한 경찰서장이 불교계에 훈계성 기고를 했던 사건, 그리고 어청수 경찰청장이 받은 상이 사실은 돈을 내고 받는 상이었다는 것, 이런 것들로 다음에서 특종으로 선정된 적이 있습니다. 일곱 번 정도 되네요.

3-1. 그런 사건들에 대해 소위 메이저 언론에서 동시 취재를 하지 않아 의아하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특히 언론사들이 정체불명의 단체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돈 받고 주는 상'에 대한 문제인데요. 이거 제가 볼 땐 심각한 문젠데, 대부분의 언론사가 그런 식으로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보니 보도해주지 않더군요. 한겨레나 경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론사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사업으로 돈을 벌어먹고 있으니, 참 문젭니다.

종이신문, 저비용 매체수단 찾아나서야

4. 뉴욕타임즈도 어렵고, 조중동도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입니다. 경남도민일보의 경우는 어떤가요? 지역 신문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인가요?

심각한 상황이죠. 이제 종이신문 만으로는 존속하기 어려운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5. 우리 언론이 다음 살 길을 모색해야될 시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좀 생뚱맞은 질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우리 신문 산업이 변화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인터넷 등...)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종이신문은 '적정부수' 개념으로 일정기간 유지는 하되, 새로운 저비용 매체수단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커녕 그래야 한다는 필요성이나 당위조차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신문사 내부에 대부분인 것 같아 안타깝네요.

6. 개인적인 것들 몇가지만 여쭐게요 ^^. 주완 선배님은 왜 기자가 되셨는지요? 원래 기자가 꿈이셨나요? 후회한 적은 없으신지요? 지역 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힘들었다거나 보람있었던 적은요?

기자가 아니라도 아마 글쓰는 직업을 택했을 겁니다만, 80년 광주처럼 91년 진주에서 일어난 한 사건의 진실이 모든 언론에서 180도 왜곡되어 보도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은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3년 노조 지부장을 맡고 있을 때 경영진과 심한 갈등을 겪었던 게 가장 힘들었고, 그 와중에 몇 개의 소송을 동시에 진행했던 것도 피곤했습니다. 결국은 모두 승소하긴 했습니다만….

보람이라면 지역의 묻힌 현대사의 진실들을 발굴해 활자화시킨 일들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민간인학살이라든지, '위안부' 훈 할머니 혈육 확인이라든지, 지역 민주화운동사 정리라든지... 그런 것이었습니다.

7. (제가 가끔 선배님 블로그에서 읽으면서 반성하고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서울에 있는 신문이나 방송 기자들을 보면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서울=한국, 서울=중앙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습니다.

지역에는 볼거리, 먹을거리, 엽기사건만 있는 게 아니다

8. 지역신문과 전국(?)신문 사이에 어떤 역할 분담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지...균형을 어떻게 유지해야 된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중앙지' 또는 '전국지'라는 말을 안 씁니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의미의 '전국지'는 없다고 봅니다. 대신 '서울지' '서울지역신문'이라고 씁니다. 그 분수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9. 예전에 지방 취재다닐 때 보면, 지역 기업가들이 지방지 기자들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얘기를 많이 들은 적이 있는데요. 물론 유착이나 금품을 요구하는 일 등은 기자 개인의 문제고 서울에서도 꽤 일어나는 일이기는 합니다만...지역에서 직접 보시는 상황은 어떤가요?

경남도민일보는 '주재기자'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파견기자'라고 하지만, 주재기자들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서울에 본사를 둔 별의별 사이비 신문들이 전국에 사기꾼 같은 기자들을 두고 있더군요.

10. 그런데 여기까지 질문을 써내려왔지만...인터넷이 보급, 발달되면서 매체 파워나 기자가 상주하는 지역이 별 상관이 없는 시대가 되고 있잖아요? 이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서 주완 선배님은 어떤 준비 혹은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특별한 것은 없지만, 지역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뉴스 속에서 한국사회 전체의 보편적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뉴스라고 해서 그 지역사람만 소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글쓰기도 그 실험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11. 마지막으로 기자 후배들에게 한말씀 해주십시오. 상사로서 억지로 따르기는 하지만 진정으로 존경할 만한 선배가 없는 환경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기자 후배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되는 말씀을요 ^-^

이제 자기가 속한 매체의 파워만 믿고 행세하는 기자의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신문은 사라져도 '뉴스'라는 생산품과 '기자'라는 직업은 존재합니다. 기자 개인의 브랜드 가치, 기자 스스로의 파워를 갖는 기자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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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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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비단안개 2009.06.03 16: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댓글란에 블로거 기사보다 언론사의 기사를 더 믿는다고 했는데요,
    그 언론사는 경남도민일보입니다.
    경남도민일보(기자 포함)가 우리 지역 신문이라 자랑스럽습니다.

    ... 건강하셔요.()

  2. 2009.06.03 16: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2009.06.03 1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괴나리봇짐 2009.06.03 1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배도 별 수 없이 늙는구려. 너무 가까이서 찍(히)지 마소.^^ 건 그렇고 좋아하는 일에 미칠 줄 아는 선배가 참 부럽고, 자랑스럽습니다.

  5. 광파리 2009.06.03 1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구절절이 와 닿습니다.
    서울 올라오시거든 전화 한 번 주세요.
    사진 속 모습 정도의 대접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