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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지 아들의 결혼식이 있어 울산에 다녀왔습니다. 저에겐 촌수로 손자뻘 되는 신랑의 결혼식이었는데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보통 식순대로 신랑 입장에 이어 신부가 아버지와 함께 입장한 것까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단상에 주례가 없었습니다. 주례도 없이 신랑과 신부가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맞절을 하고 나서니, 신랑 신부가 '결혼 언약 만들기'라는 순서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서로 믿고 사랑하며 잘 살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좋아 보였습니다. 기존의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는 한 마디 말할 기회도 없이 주례의 훈시만 들은 후, 사진 찍고, 폐백 올리는 것으로 끝나는데, 두 사람이 하객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랑을 맹세하는 모습이 참 보기좋았습니다. 그러면 책임감도 더 생기겠죠.

다음 순서도 다른 결혼식에는 보기 드문 일이었습니다. 신랑의 아버지가 나와 단상의 주례석에서 아들과 며느리에게 당부하고픈 이야기를 하고, 사돈과 하객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신부의 아버지도 다음 순서에 나와 예의 사위와 딸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그 다음 순서는 더 좋았습니다. 신랑과 신부가 미리 적어온 '부모님께 드리는 글'을 낭독했습니다. 사회자의 순서지에는 괄호 속에 '효도서약서'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결혼은 단지 두 사람의 결합만이 아니라, 양가의 가족이 결합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혼인'이라고도 하는데, 이처럼 양가 부모와 신랑 신부가 각각 자신의 도리를 되새기고 하객들에게 공개적인 약속을 하는 모습이 결혼의 본래의미에 훨씬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주례없이 양가의 아버지가 덕담을 해주는 것으로 대신한 결혼식을 오늘 처음 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2월 김용택 선생님 자제분의 결혼식 때 처음 그런 모습을 봤는데요. 오늘은 '부모에게 드리는 글'이라든지 '결혼 언약 만들기' 등은 새로 추가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결혼식이 다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서로에게 좋은 방식이 합의만 된다면 이런 결혼식도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회자에게 물어봤더니,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런 식의 결혼식이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라고 하네요. 지켜보는 하객들도 훨씬 흥미진진했습니다. 손자님, 손자며느리님 잘 사시기 바랍니다.

사족이지만, 가끔 연예인들의 결혼식에서 마지막 장면에 신랑이 만세 삼창을 하면서 "땡잡았다"느니 외치는 모습은 좀 별로였습니다. 엄숙한 결혼식을 너무 장난처럼 희화화해버린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제가 너무 보수적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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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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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영철 2009/06/14 2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사하는 바가 제법있다고 느껴집니다. 적어도 효도서약서를 작성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겠지만 가족과 하객들 앞에서 맹세하는 약속이니 만큼 책임의 범위는 영원할 것 같네요.
    신선한 바람으로 받아 들여집니다. 사족이지만,한복이 더 어울릴 같다고 부추키고(?) 싶네요.행운에 연연해하지 않는 행복한 가정 꾸리시길........

  2. 허허참 2009/06/14 2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방식은 교회에서 하는 방식인데 목사설교하고 그다음 신랑신부 대화하고
    일반예식장에서 퓨전으로 하는 가보네요

    • 궤독박멸 2009/06/15 0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롤.. 또 개독 지들 방식이랜다.. 띨뻥하게 납치나 당해 세금이나 까잡수지 마슈..

  3. BlogIcon 무진군 2009/06/15 0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것도 좋은 방법 같네요. 모두에게 "선언" 하는 좋은 의도의 느낌 같습니다..>_</

  4. 개독싫어 2009/06/15 0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허참//당신같은 사람을 봐서라도 개독은 어딜가나 비난받는 한국사회를 만들어가야함..

  5. BlogIcon 백두대간 2009/06/15 0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데 결혼식에 꼭 초대해서 축하받고 싶은 사람을 주례로 모시고
    같이 참여하는 것도 의미는 있을 것 같아요.
    예식장에서 하는 결혼식의 대부분이
    마치 신랑 신부를 찍어내는 공장같다는 느낌이 들게 하니까 좀 볼성사납죠.
    친구들 결혼식 사회를 봐주다보니 지도교수를 주례로 모셨는데도
    결혼식장에 와서 신랑 신부의 이름을 물어보는 경우는 정말 아니다 싶더군요.
    생면부지의 사람을 주례로 사는 경우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구요.

    제 경우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결혼식은 몇 년 전에
    부산에 사는 친구한테 놀러갔다가 봤던 그 놈 선배의 결혼식이었어요.
    전통과 현대가 혼합된 형식으로 야외 공원에서 진행된 결혼식이었죠.

  6. 주혁 2009/06/15 0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에도 이런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참 좋더군요.
    은사님이나 어르신들에게 주례를 부탁드리기도하지만
    결혼식후에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이것저것 챙겨드려야하는 번거로운(?)도 있다고하더군요.
    그런 단점으로인해 식장주례를 사서 하는 커플들도 있던데 그것또한 모르는 사람한테 굳이 훈시를 맡겨야하는 찜찜함도 있는것 같습니다..

    정말 존경하는 분이 아니라면 굳이 주례를 해야하나라는 생각을 하지않을 수 없네요.

    하지만 아직 우리사회에 어르신들이 보시기에는 흡족해하시지않는 경우가 있는것같습니다.
    물론 양가부모님에게는 상의후결정하는 것이지만 친척 어르신들이 보시기에는 혀를 차시는 분도 계시는것같구요..간혹 돈없어서 주례안구했나? 라는 생각도 하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결혼 당사자와 양가집안만 만족스럽다면 눈치 볼 필요가 없지만말입니다...
    좀더 넓은 사고가 요구됩니다..

  7. 스머프 2009/06/15 09: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제가 전통혼례로 결혼한 이유죠.
    전에 친구 결혼식에 약 6-7분 늦었는데 이미 결혼식 끝나고 사진찍고 있더군요..
    빨리못간 저도 잘못이지만. 이게뭔가 싶더군요.

    붕어빵찍는듯 5분만에 끝내는 결혼식이죠.
    신랑입장-신부입장-혼인서약-주례사말씀-사진...

    전적으로 결혼식 길이는 주례사의 길이와 축가를 부르냐 안부르냐. 한곡부르냐 두곡부르냐의 차이더군요.

    그래서 전 결혼할때

    1. 빨리 끝나는 결혼식은 싫다.
    2. 야외에서 하고싶다.
    3. 신부측, 신랑측 나눠서, 친지나,지인의 수를 과시하는 듯한것 싫다.

    그래서 한옥마을에서 고택 마당에서 전통혼례했답니다.

    요즘같은날 거의 매주 일요일 12쯤 혼례 열리니 한번 한옥마을에 가서 참관해보세요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2시에는 무대에서 결혼식 시연회를 엽니다..

    근데 제가 제뒤로 몇번 봤는데 전통혼례 하시는분들이 국악을 하시는 분이나.국악기를 배우시는분
    등이 많이 하시는것같더군요. 축가도 민요로 하시는분 있고, 연주도 하고..
    아주 보기좋았습니다만. 그들만의 결혼식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이해가기도 하지만 조금은 대중화가 덜되었구나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야외촬영때 웨딩드레스 입으실테니. 드레스입는건 된거고, 그래도 정아쉬우면
    결혼 10년 20년에 리와인드 결혼식이나 사진이라도 찍으심 될듯 싶네요.

    하튼 전 전통혼례 강력 추천합니다.

  8. 영아 2009/06/15 1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보기 좋습니다. 저도 나중에 결혼 할때 저렇게 하고 싶은데 미리 걱정해보자면 우리 아버지 우실꺼 같네요 ^^ 그냥 형식적인 관례라기보단 모두의 결혼식 축제가 되는 것 같은 뜻깊은 날이 된느것 같습니다 ^^

  9. 친한언니 2009/06/15 1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젊은친구들을 향한 기성인들의 '걱정'이 참 많지만
    이런 이쁜 생각, 빛나는 생각 하는 젊은이들또한 많은것 같아
    우리 미래가 그다지 걱정안해도 될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가슴 훈훈한 글을 대하니 맘이 참 편하고 좋습니다.
    늘 '전투적'(주완님, 훤주님 글은 저금 그러하시죠 ㅎㅎ)인 글들보다
    가끔씩 오늘같이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시니 두분또한 '부드러운남자'들이구나
    뭐 그런생각이 듭니다. 하하하

  10. 2009/06/15 1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례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입니다. 외국사람들은 우리 결혼식을 보고 주례에 대해 참 이상하게 생각하지요.
    주례란 서양식의 결혼방식을 들여오면서
    신을 대신하여 주례를 맡은 목사나 신부 앞에서 혼인 서약을 했던게
    기독교를 믿지 않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목사나 신부 대신
    존경하는 은사나, 직장상사나 사회적인 명망있는 사람으로 주례를 대신하게 된겁니다.
    그런데 꼭 존경하는 분이 없는데도 그 형식만을 따르는 건 좀 이상한 결혼식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주례 없는 결혼식도 하자가 전혀 없는 결혼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양가 부모가 인정하고 축복하고자 자리하셨는데 굳이 낯선 주례 앞에서 서약할 것까진 없지요.

  11. BlogIcon 지구벌레 2009/06/15 1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결혼식 주례를 돈주고 초빙하는 경우를 많이 제법 봤는데요.
    이런 방식이 훨씬 나을 것 같네요...
    보기 좋아요...

  12. BlogIcon 유림 2009/06/23 1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괜찮네요

    의미있는 결혼만큼 행복하시길 빕니다 ^^

  13. 들꽃향기 2009/07/10 2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저도 머지않아 아들 결혼시킬 거라 좀 생각을 하고 다닙니다. 이런 신랑신부가 서로 하는 악속, '부모님께 드리는 감사와 좋은 가정 꾸미겠다는 악속"은 아주 좋다고 여겨집니다. 한복 추천에도 동의하구요. 좋은 사례 잘 배우고 갑니다.
    참 신영복님의 주례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하객들이 그렇게나 집중하는 결혼식은 처음이고 좋더군요. 주례님이 어떠하신가에 따라 품격이 달라질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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